'현 인류 최강 기사' 신진서 9단의 인공지능(AI)을 겨냥한 '애증(愛憎) 발언'이 화제다. 이 발언은 '알파고(AlphaGo)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와의 만남에서 나왔다.
신진서는 29일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GDM)의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알파고 10년 위대한 동행' 행사에서 만났다. 그는 AI의 수를 닮아가되, 인간 바둑의 고유한 창조성은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신진서는 하사비스와의 만남에서 "지금도 (10년 전 이세돌 선배가 둔 '신의 한 수'처럼) AI를 흔들 수 있는 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런 수를 둔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강인) AI도 아직 바둑의 정답을 한참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인간과 협력해 정답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AI의 승리 지향 보다 인간의 전투 지향 바둑을 선호"
신진서는 다만 AI가 인간과 비교해 월등히 실력이 뛰어난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AI가 인간의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어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세돌 선배가 '78수'로 알파고를 흔들어 한 경기를 승리했지만, 지금은 AI가 워낙 강해졌다"며 "(AI)가 더 강해질 것이기에 (그때와 달리) 승리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바뀐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10년 후에는 AI가 더 진보했을 덴데, 그만큼 인간의 바둑도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진서는 인간의 바둑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AI는 승리만을 위한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나는 승리 지향 보다 전투를 지향하는 바둑을 선호한다. 내 성향을 버리지 않으면서 AI를 닮아가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겁이 날 정도로 신진서의 파워가 느껴졌다"
하사비스는 이같은 신진서의 묵직한 발언에 시시각각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놀라기도 했으나,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하사비스는 신진서의 매력에 매료된 듯, 이날 행사 마감 후에도 신진서를 직접 찾아 바둑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신진서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공감했다. 이어 "AI는 여전히 바둑과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한다. 아직은 사람이 발견하고 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인간 창의성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신진서와 하사비스의 특별 대국이 10분간 펼쳐졌다. 대국 후 신진서는 "(하사비스가) 알파고의 아버지답게 AI적 기풍으로 바둑을 뒀다"며 "프로 시합인 듯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하사비스는 "겁이 날 정도로 (신진서의) 파워가 느껴졌다. 알파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해 다시 한번 웃음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