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이 여당 후보로 부산 북구갑에 출마하자, 지역구 경쟁 상대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이 출마를 지시했다면 불법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 전 수석의 출마와 발언은 실제로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해당할까. 대통령이 참모에게 출마를 권유하거나 지시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CBS노컷뉴스가 판례를 중심으로 따져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이 참모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선거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 사법부가 보는 핵심은 권유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청와대 조직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해 쓰였는지다.
대통령 선거개입 어디까지 허용되나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 의무자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다.물론 대통령의 모든 정치적 의사표시가 금지되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도 정당 당원으로서 통상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정당 내부 의사결정에 관여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행위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기관으로서 가진 영향력을 선거에 부당하게 행사하면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특정 정당 지지 발언도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판단됐지만, 특정 후보의 당락을 겨냥한 계획적 선거운동으로까지는 보지 않았다.
이 법리에 따르면 대통령이 참모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지긴 어렵다. 다만 청와대 조직이나 공적 자원이 공천 과정이나 선거운동에 관여했다면 별도의 위법성 판단이 필요하다.
법원 "후보자 추천 의견은 허용"
대통령 선거개입 문제가 형사적으로 본격 다뤄진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공천개입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특활비와 청와대 조직을 동원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법원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모든 선거 관련 의사표시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 지지나 반대 의견' 등은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계획적 행위는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준은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
한동훈 전 대표는 "(하 전 수석이) 시장 시민들께 '여기를 밀어주라고 대통령이 나를 보낸 겁니다'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선거개입으로도 비화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제가 출마를 설득한 것"이라며 선거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이런 발언과 행위를 선거개입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사법부는 대통령의 행위가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하 전 수석의 발언 만으로는 대통령의 개입 여지는 알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유권자의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반영됐다.
'친박 리스트'를 실제 전달한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 재판에서도 그러한 논리가 드러난다. 항소심은 실제 유권자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쟁점은 발언 자체보다, 대통령의 지위와 조직이 실제 선거에 동원됐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