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이수지 '학부모 갑질' 풍자? 실제로 물티슈 성분까지 맞춰 달라고"



최근 개그우먼 이수지 씨의 유튜브 콘텐츠가 화제가 됐죠.  유치원 교사의 현실을 풍자한 영상인데요. 댓글에는 가슴이 아파서 못 보겠다.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나요. 보는 내내 트라우마가 생겨서 심장이 빨리 뛰고 속이 울렁거린다. 등 반응이 뜨겁습니다. 패러디가 아니라 다큐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현직 유치원 교사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오늘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모를 민원을 위해 일단 익명으로 또 음성 변조를 해서 연결한다는 점을 청취자분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유치원 교사> 네.
 
◇ 박성태> 지금 현재 유치원 교사를 하고 계시고 몇 년이나 하셨나요? 
 
◆ 유치원 교사> 올해로 14년 차가 되었습니다. 
 
◇ 박성태> 14년 차면 아주 오래 하셨군요. 요즘 이수지 씨 영상이 화제인데 이거 보셨죠? 보신 다음에 어떻습니까? 
 
◆ 유치원 교사> 저도 여느 유치원 교사들처럼 먹먹하고 서글픈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 박성태> 영상이 화제고 수백만 조회수도 나왔었는데 선생님들끼리 얘기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거 가지고. 
 
◆ 유치원 교사> 유치원 교사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해당 영상을 시청을 했었고요. 다음 날 아침이면 서로 얘기 나누는 모습들도 많이 봤습니다. 
 
◇ 박성태> 실제랑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유치원 교사> 고증이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그 요소가 가미된 것 외에는 실제 유치원 교육 현장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며 오히려 더욱 기막히고 가혹한 상황들도 발생하곤 합니다. 
 
◇ 박성태> 일단 실제 마주하는 현실들이다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 유치원 교사> 물티슈 사용 시 특정 성분까지도 요구하기도 하고요. 부모님께서 학원 시간을 늦으셨을 때 교사에게 미안함의 표현은 전혀 없으시면서도 아이에게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라고 아이 마음만 달래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유치원 교육 활동과 교사의 지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듣고 있습니다. 
 
◇ 박성태> 저도 사실 그 대목 보고 그 이수시 씨 영상에 나온 그 대목 보고 좀 어떻게 보면 놀랍기도 하고 뭐지? 했는데 아빠가 화가 많이 났으니 어쩌라는 건가요? 
 
◆ 유치원 교사>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으니 유치원에서 더 조심해 달라라는 의미이시라고 저희는 보고 있고요. 그리고 그게 해결이 안 되면 우리 아이 아빠까지 나설 수 있으니 미리 해결을 해 놓아라.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 박성태> 압박이겠네요. 우리 아이 아빠는 화를 잘 못 참으니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 조심해라. 이런 의미겠죠. 
 
◆ 유치원 교사> 그렇습니다. 
 

◇ 박성태> 앞서 물티슈 성분까지 어떤어떤 걸 구비해 달라고 그러는데 실제 그거를 찾아서 구비를 합니까? 
 
◆ 유치원 교사> 해당 요구가 있으면 잘 참고해서 준비하겠다라고 일단 말씀을 드리고요. 그런 요구가 있을 때 대부분은 준비를 하시는 편이죠. 
 
◇ 박성태> 그러면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도 다양할 건데 그걸 다 맞춰가기는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도 있다고 들었어요. 영상에는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이건 선생님 탓이다. 또 가위바위보를 우리 애가 졌다. 그래서 어떻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 이거 사실입니까? 
 
◆ 유치원 교사> 굉장히 빈번이 발생하는 상황들입니다. 이 모기에 물렸을 때나 심지어 아이가 혼자 넘어졌을 때에도 선생님 탓을 하시기도 하고요. 우리 아이가 게임에 져서 속상해하더라 또는 학급 내 특정 친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잘 좀 봐달라. 등의 상황은 아마 대부분 유치원 선생님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박성태> 특정 친구와 어울리지 않게 해달라. 아마 아이가 집에 가서 그 친구 마음에 안 들어라고 얘기하면 부모님이 연락해서 약간 거리를 두게 하라 이런 거군요. 
 
◆ 유치원 교사> 네. 맞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어린 연령의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그렇게 가정에서 이야기를 했더라도 해당 친구와 잘 지내는 경우들이 종종 많이 있어요. 그런데 이거를 교사가 억지로 사이를 떼놓는 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요구를 하시는 분들 되게 많으세요. 
 
◇ 박성태> 무슨 아이들 간에 뭔가 약간 위압적이거나 그런 게 있지 않다면 a라는 친구는 b가 싫다고 그러고 또 근데 b는 a가 좋다고 하고 부모가 그걸 양쪽에서 요구하면 애매할 수도 있겠네요. 이것도 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나 독감 이렇게 일단 전염성 병에 약간 아픈 아이들이, 아픈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경우도 있습니까? 
 
◆ 유치원 교사> 네. 아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줄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겠지만 유아가 열감기나 장염, 수족구 등의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을 때에도 우리 아이가 심심해서 유치원에 등원하니까 잘 좀 봐달라,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아이가 등원을 하면 교사가 해당 아이만 케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대응이 되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또 당연히 교육 활동 진행도 어렵게 되고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아이들한테 전염이 될 우려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 박성태> 아마 대부분 맞벌이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또 아픈 아이를 어디다 따로 하기가 애매해서 그럴 텐데 이거는 여기에 맞는 시스템과 뭐랄까요? 보안 인력이랄지 이런 게 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유치원 교사> 네. 그렇습니다. 유치원이 교사가 한 학급을 다 담당을 하고 있는데요. 인력이 되게 부족한 상황은 맞아요. 
 
◇ 박성태> 보통 한 학급의 아이들이 얼마나 되나요? 
 
◆ 유치원 교사> 한 학급에는요, 연령과 지역에 따라서 다 다른데요. 제가 근무하는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에는 전국 평균 대비 학급당 유아 수가 최고 수준으로 많아요. 만 3세는 18명, 만 4세에는 22명 만 5세는 24명까지 수용을 하고 있습니다. 
 
◇ 박성태> 24명까지요. 그러면 이 한 학급을 선생님 몇 명이 담당을 하시는 건가요? 
 
◆ 유치원 교사> 네. 학급당 교사는 한 분이기 때문에요 혼자서 해당 아이들을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 박성태> 그러면 24명 교사는 앞서 말씀하신 여러 학부모님들의 여러 민원을 다 처리하면서 관리를 해야 되는군요. 상당히 벅차겠네요. 그러면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의 사생활에도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프로필 사진에 남자 친구나 또는 여자 친구랑 찍은 사진 있으면 바꿔 달라고 한다든지 실제 그런 경우가 있습니까? 
 
◆ 유치원 교사> 최근에는 개인 휴대폰 번호를 비공개하는 기관들이 증가하고 있어서요. 해당 사례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기관의 지침에 따라서 교사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교사의 퇴근 이후 일상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님들도 계시는데요. 실제로 유치원 교사가 어떻게 맥주를 마시냐며 아이들이 보면 교육상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학부모의 예전 그 웹상의 글이 화제가 됐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유튜브 핫이슈지 영상 캡처

◇ 박성태> 그렇군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건 정말 선을 넘었다라고 하는 사례가 어떤 게 있을까요? 
 
◆ 유치원 교사>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 중에서 한번 골라본다면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요청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사진 찍어서 공유하거든요. 그런데 수업 중에 어렵게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우리 아이는 사진에 몇 번 나왔는데 다른 아이는 더 나왔다. 사진이 왜 이렇게 흔들리냐, 학급 내 특정 친구와 떨어뜨려 달라고 했는데 왜 우리 아이가 그 아이 옆에 있냐, 우리 아이 표정이 안 좋더라, 유치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냐, 이런 말들로 그거를 추궁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 박성태> 우리 아이는 왜 초점이, 또는 우리 아이는 왜 표정이 이렇게 나왔냐. 선생님은 국공립 유치원이잖아요. 아무래도 그러면 국공립 유치원 유치원은 사립유치원보다는 조금 더 환경이 나은 편이 아닌가요? 
 
◆ 유치원 교사> 사립 유치원보다 많이 낫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공립이 아닌 사인 기관으로 분류되는 사립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대부분이 민원에 많이 취약한 실정이에요. 
 
◇ 박성태> 알겠습니다. 지금 국공립 유치원에서도 이러니 사립 유치원, 특히 원장님에게 생사여탈권이 있는 사립 유치원에서는 더 심할 것 같다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 유치원 교사> 사립유치원 같은 경우에는요. 아무래도 원장에게 모든 인사권이 다 있고요. 그리고 아이 한 명, 한 명이 운영비랑 직결되거든요, 사인 기관들은요. 그러다 보니까 좀 폐쇄적인 구조, 기관의 자율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폐쇄적인 구조 이런 것들로 인해서 부모들의 민원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해당 아이의 재원도 불확실해지고요. 
 
◇ 박성태> 그렇죠, 옮겨버린다고 하면 안 되니까요. 
 
◆ 유치원 교사> 네.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관장의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교사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성을 위해서 무리한 요구라고 할지라도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성태>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조적으로 이런 점이 좀 개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유치원 교사> 구조적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여러 가지 민원도 그렇고요. 교사가 아프거나 해도 대체할 인력이 없어서 쉬지 못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두 가지 부분에서 좀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모습들은 유치원 교사가 만능이어야 되고 강철 체력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20명을 웃도는 많은 유아들을 안전사고 없이 지도하면서 유아의 수만큼 다양한 민원을 수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교육 활동 이외에 각종 행정업무, 유아 보건 관리, 교실 청소, 시설 정비 등 그러한 역할들을 다 이행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교육청에서도 각종 정책에서 유치원 교사에 대한 지원은 배제되는 상황들이 일쑤예요. 그러다 보니까 교사들은 성대 결절, 허리 무릎 질환 이런 것들을 고질병으로 가지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서 계속 말씀드리는 것처럼 여러 가지 민원들 그리고 이 민원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무고법,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까지 상시적으로 존재를 해요. 그러다 보니까 교사들이 정신적인 부담도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결국 교사라면, 유치원 교사라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잘못된 문화가 너무 많이 자리 잡아져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교육의 본질이 점점 쇠퇴되고 있고요.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학급당 유아 수가 일단 감축될 수 있도록 각 시도 교육청이 노력을 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유치원에 각종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다가 더불어서 보결과 관련해서는 교육청 차원의 대체 인력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이 되어야 해요. 
 
◇ 박성태> 교사님들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만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이 돼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부분 자체가 아이들 교육에 그게 더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 유치원 교사> 맞습니다. 너무 맞는 말씀이십니다. 
 
◇ 박성태> 사실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게 돼야, 자꾸 또 학부모들이 이렇게 나오면 교육의 어떤 뭐랄까요? 밀도도 좀 떨어질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 유치원 교사> 네. 유치원은 단순한 돌봄 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입니다. 다양한 요구와 민원을 모두 수용을 하다 보면 정작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뒤로 밀릴 수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충분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기관으로서 유치원을 바라봐 주시고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박성태> 오늘 여기까지 말씀을 듣고요. 인터뷰 이후에도 좀 많은 목소리들이 있어서 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유치원 교사> 감사합니다. 
 
◇ 박성태> 오늘 유치원 선생님을 모시고 지금 유치원의 현실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유치원 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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