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 빙 돌아 튕겨서 겨우 여기야, 핀볼 / 이름이고 나이고 이번엔 소개할 필요 못 느껴"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고등래퍼2'에 나왔을 때 "안녕 나를 소개하지 / 이름 김하온 / 직업은 트래블러(traveler·여행자)"라고 외쳤던 김하온. 4년 만에 새 시리즈로 돌아온 엠넷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12' 무반주 랩 미션에선 달랐다. 김하온은 본인을 자기소개 정도는 생략할 수 있는 위치에 두고 랩을 뱉었다.
"인식되는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한 김하온은 "오 그럼 나는 돈 얘기하면 안 되나?"라며 엄마 아빠에게 집과 차를 사 준 게 벌써 5년 전 얘기라면서도 "행복이란 건 밤에 편히 쉴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떠난 적이 없었"다는 김하온은 "사람들은 벌써 마지막 화를 보는 것 같대"라는 가사로 본인이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의미도 되짚었다.
7일 저녁 6시 기준 '60초 랩 미션'(560만 회) '무반주 랩'(263만 회) '놀란 벌스'(177만 회) '긴장 풀고 레전드 찍은 김하온'(162만 회) 등의 조회수에서도 알 수 있듯, 내내 화제의 중심이었던 그는 결국 '쇼미더머니12'의 우승자가 됐다. "제가 '쇼미더머니'에 나오기로 마음먹은 이후로 지금 이 순간이 제가 생각했던 유일한 시나리오고요"라는 말과 함께.
CBS노컷뉴스는 8년 만에 힙합 서바이벌의 '우승' 기록을 추가한 김하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1. '고등래퍼2' 우승 후 '쇼미더머니12'에 출연했습니다. 힙합 서바이벌에서 우승한 경험은 영광의 흔적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부담이 됐을 것 같습니다. '쇼미더머니12'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기억나나요?
아무래도 3년 만에 다시 진행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랩 하는 사람 다 나오겠다 싶었는데 그걸 보고만 있으면 좀 열받을 것 같아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2. 결국 음악인은 음악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온씨는 '쇼미더머니12'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다 했는지 궁금합니다.
네! 그리고 그 이후로 더 많이 생겼습니다.
3. "사람들은 벌써 마지막 화를 보는 것 같대" "지망생 친구들 아마 날 참고해야만 하지 25 years old 날카로운 감각" 등의 내용이 담겼던 무반주 랩은 현장에서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하온씨의 '쇼미12' 무대 대부분은 호평받았는데 이때의 무반주 랩은 시청자 호불호가 다소 갈렸습니다. 이런 반응을 알고 있나요? 왜 호불호가 갈렸다고 생각하나요?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가사에는 부정하지 못하는 게 저에게는 좋은 데이터였습니다.
4. '60초 랩 미션' '또다시 증명해 내는 김하온' '긴장 풀고 레전드 찍은 김하온' 등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긴 쇼츠도 여러 개입니다. 다양한 미션을 거치면서 각 라운드에서 집중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차 60초 미션까진 엄청난 걸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3차 1:1 미션 때는 느껴진 경쟁심에 몰입했고, 이우주, 클러치, 김기표와 함께한 팀 미션에서는 음악은 함께할 때 즐겁다는 느낌, 그리고 그게 팀 음원 미션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디스 미션 때는 내가 봐온 디스전들과 견주어도 볼만해야 한다는 욕심, 마지막으로 음원 때부턴 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5. 시청자 반응을 보면 하온씨 랩은 여러 방면에서 고르게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 랩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같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일생을 음악을 듣고 연습하면서 만들어온 저의 랩 취향이 지금의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음악의 랩들이 대부분 뚜렷하고 단단한 소리를 갖고 있어서 그런 것들이 경쟁에 강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요.
더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은 힘을 뺄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강약 조절도 잘할 수 있으니까.
6. '쇼미더머니12'에서 나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본인의 가사와, 타인의 가사를 꼽는다면요?
"그다음으로 그다음으로 그다음으로 그다음으로" (김하온 세미 파이널 곡 'ON to the next')
"챱 챠 챱챠 챠챠챠챱챠" (밀리 파이널 곡 'MSG')
7. '고등래퍼2' 시절부터 하온씨 특유의 가사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많습니다. 가사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점과, 어디서 영감받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불러 봤을 때 재밌나? 그리고 영감은 삶에서 접하는 것들과 미디어, 또 그것이 내게 주는 감정과 경험에서 받습니다.
8. 이번 시즌에서 본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무대는 언제인가요? 이유도 같이 이야기해 주세요.
결승 무대(R.I.L + King's gambit)요!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아예 없습니다.
9. 우승하고 나서 프로듀서 지코와 크러쉬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우여곡절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언급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일단 형님들께서 지크팀 전원의 무대 구성에 정말 손해를 보시면서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고, 곡 주제나 가사까지도 먼저 던져주시고 댄스팀 연출, 무대, 동선, 조명, 액팅 등 모든 것을 신경 써 주셔서 촬영 내내 든든했고, 랩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0. 경연을 거치면서 리스펙(존경·존중)하게 된 래퍼가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밀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인정받는 모습이 멋있었고, 같은 팀의 라프산두 형이나 마브에게서는 강약 조절의 중요성을 좀 본 것 같아요.
11. '쇼미더머니12' 출연 전과 후에 가장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악바리와 깡이 더 생겼다. 돈은 보너스!
12. "비싼 게 아냐 행복이란 건 밤에 편히 쉴 수 있는 거"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이 시점 하온씨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여전한 듯합니다. 편한 마음.
13. 하온씨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시 계획 중인 게 있다면 귀띔 부탁드립니다.
단체 앨범을 만들 생각입니다만, 개인 앨범도 구상 중입니다.
14. 마지막으로 '쇼미더머니12' 시청자와 응원해 준 팬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좋은 말씀 해 주신 걸 일부러 더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나하나 정말 힘이 되었고, 글로 다 못 전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재밌는 거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