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 "우리가 아기 낳는 기계인가요?"…현실 배반 공약, 뿔난 청년들 ②"취준하느라 후보가 누군지 몰라요"…'현생'에 밀려난 선거 ③"정치 얘기 꺼내면 싸움"…청년들 삼킨 침묵의 나선 ④"집 얻고, 고지서 받아보니 투표는 생존이었다" (계속) |
청년들에게 정치가 '남의 일'에서 '내 일'로 변하는 순간은 독립이나 취업, 결혼과 같은 삶의 변곡점에 맞닿아 있다. 특히 부모의 보호 아래 있을 때는 체감하지 못했던 사회 시스템의 영향력이 직접적인 비용으로 다가올 때 이들은 투표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25세 IT 전공자 고은서 씨는 "그동안은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주소지가 본가에 있어 지방선거가 '남의 동네 일'처럼 느껴졌지만, 최근 서울에서 집을 계약하고 관리비와 공과금을 직접 내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서울 강서구의 한 취업 준비생 역시 "원래는 관심 없었다가 이번에 결혼 준비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것 때문에 관심이 부쩍 생겼고 투표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삶의 단계가 변함에 따라 정치적 관여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수현 씨 또한 "정치 때문에 내 일에 한계를 직접적으로 느낀다면,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가 삶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하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월세 240만 원 지원받아 보니…" 소신보다 무서운 '효능감'의 힘
청년 유권자들이 투표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유인은 실질적인 '이익'이다. 이들은 정치인이 내거는 화려한 수사보다 내 지갑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공약을 최우선으로 평가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양유민 씨는 "나는 서울시 월세 지원으로 매달 20만 원씩 1년간 지원 받았다. 총액으로는 240만 원이다"며 "본인이 불평만 하지 말고 찾아보면 실질적인 기회와 혜택이 많고,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봤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지방 거주 청년 A씨 역시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편"이라며 "판단 기준은 후보의 이미지보다 정책의 현실성,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지다"라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투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뜻이다.
취업한 청년 B씨 또한 "선택을 포기한다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준·교통·주거 편의"…청년이 바라는 '내일의 정치'
청년들이 요구하는 미래 정치는 자극적인 구호가 아닌 일상의 피로를 줄여주는 구체적인 대안에 가깝다. 이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커리어와 노동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기를 원했다.
주소연 씨는 "취업을 하고 싶게 만들고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게 '포괄임금제 해제'하고 구직사이트에 '연봉공개 필수'로 하는 등의 일자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은서 씨는 "출퇴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일을 하러 가기도 전에 지친다"며 "물리적으로 출근 시간에 버스와 지하철을 더 많이 늘리는 등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안소현 씨는 "주거비 부담이 너무 커서 월세나 이런 걸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체감 정책"을 1순위로 꼽았다.
18~29세 청년층의 낮은 투표 의향 뒤에는 역설적으로 '내 삶을 바꾸는 정치'에 대한 갈증이 숨어 있다.
청년들에게 무력감이 아닌 효능감을 느끼도록 해야한다. 정치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함을 증명할 때 청년들의 투표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