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9일 오후 강원도 양양의 한 전통시장. 시장 곳곳에서는 '김 군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김 군수'는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현직 김진하 군수를 말한다.
10년 넘게 지역의 맹주로 군림해왔던 김 군수는 그러나 이날 군수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이 그에 대해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판결로 인해 직을 잃었지만 지역민들은 사실상 '파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 군수는 여성 민원인으로부터 토지 용도지역 변경, 허가, 도로 점용 승인, 분쟁 해결 등을 청탁받는 과정에서 현금 2천만 원과 안마의자를 받고, 지속적 성관계까지 맺어온 혐의로 지난해 1월 경찰에 구속된 이후 줄곧 재판을 받아왔다. 또한 민원인에게 부적절하게 신체 접촉을 한 강제추행 혐의도 함께 받아왔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군수가 여러 비위로 심판받던 날 양양군 유권자들의 표정도 침통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모(50대)씨는 "현직 군수가 성 비위에 뇌물수수까지 저질렀다는 것이 정말 한심스럽고 군민으로서 수치스럽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후보가 뽑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제발 청렴하고 깨끗하게 군정을 이끌어갈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평생을 양양에서 살았다는 주민 김모(80대)씨는 "이번에는 특별하게 일 잘하는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국힘이든 민주당이든 당을 떠나서 그냥 청렴결백한 사람이 뽑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은 "(현 군수가) 군수직을 수행하면서 부적절한 행위로 법을 위반하면서 지역사회도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특히 여자 관계로 법적인 처벌을 받은 만큼 지역 여론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지역 경제가 많이 어려운 만큼 경제활성화가 우선이지만, 지역의 인구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이번에 당선되는 후보는 지역의 화합과 통합을 이뤄내는 깨끗한 군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어 "새로 당선될 군수는 비리가 없는 후보가 당연히 뽑혀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 차례 연임한 군수가 비위로 물러나면서, 1년 6개월째 궐위 상태인 양양군수 선거는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군수가 비위로 물러난 만큼 이 지역 선거의 키워드는 '청렴'이다.
이 지역 정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직 군수의 3선 연임 제한과는 별개로 비위 행위로 직을 상실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만큼 후보들의 깨끗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군정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지역 발전 현안을 놓고 후보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구도는 '3파전'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중 후보는 양양군의원과 강원도의원 등을 지낸 정치 경험을 강조하며 두 번째 군수 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호열 후보는 40여 년간 공직생활을 통해 군청 주요 부서를 거치며 부군수까지 역임한 행정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무소속으로 나선 고제철 전 군의장은 깨끗한 정치와 새인물을 강조하며 지역민들의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양양군민 509명을 대상으로 양양군수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정중 후보 46.1%, 김호열 후보 45.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고 있다. 무소속 고제철 후보는 5.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가상번호 100%,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3%p다.
※다음 회차에서는 군수들이 잇따라 사법 처리되고 있는 경남 의령군의 민심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