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10일 하루 동안 이어진 세 후보의 릴레이 개소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전'의 막을 올렸다. 무소속 한동훈 후보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같은 시각 도보 10분 거리에서 맞불 개소식을 열며 정면 충돌했고, 한 시간 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까지 세 결집에 나서면서 북구갑이 부산 정치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공개적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이번 북갑 보선은 단순한 지역 재보선을 넘어 부산 보수 진영 주도권과 부산시장 선거 흐름까지 흔드는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힘센 사람보다 주민"…현역 대신 시장 상인 세운 한동훈
무소속 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북구 구포시장 인근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고 '주민 중심' 행보를 전면에 내세웠다.당초 친한계 현역 의원들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당내 '해당 행위' 논란 등을 고려해 한 후보가 직접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행사장에는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전 의원과 정미경·신지호·김경진 전 의원 등 원외 인사들이 자리했다.
한 후보는 "원래는 힘센 사람들 모아놓고 언론에 자랑하는 방식으로 할 생각도 했지만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며 매일 찰밥 도시락을 챙겨주시는 어머님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오늘은 따로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개소식을 주민들의 축제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당권파가 민주당이 아니라 저를 이기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승리를 통해 이재명 정권의 폭주와 당권 정치의 퇴행을 막아내겠다"고 주장했다.
서병수 전 의원도 "한 후보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보다 더 정통 보수고 국민의힘과 같이 하는 후보"라며 "보수 재건을 위한 동남풍이 제대로 불 수 있게 힘을 모으자"고 힘을 실었다.
"갈등 씨앗 안 된다"…국힘 지도부 박민식 개소식 총출동
같은 시각 도보 10분 거리 덕천동에서는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개소식이 열렸다.행사에는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실상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나경원 의원은 "구포시장에 갔더니 온통 외지인들이 왔다갔다 한다"며 "북구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북구 발전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향한 공세도 이어졌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근 불거진 '손털기' 논란을 언급하며 "정치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고, 안철수 의원은 "AI 공약도 결국 적당히 떼우고 다른 데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박민식 후보 역시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가 선거 한 달 앞두고 북구 국회의원 하겠다고 하면 믿겠느냐"며 "이번 선거는 낙동강 전선을 탈환하느냐 뺏기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한 시간 뒤 등장한 하정우…"AI로 북구 시간 앞당기겠다"
보수 진영의 맞불 개소식이 끝난 뒤 오후 3시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구포동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 세 결집에 나섰다.
행사에는 전재수 후보와 김영춘 전 장관,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하 후보는 "덕포시장에서 좌판을 하시던 부모님의 정직한 땀과 마음을 배우며 자란 북구의 아들"이라며 "정쟁 대신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재수 후보는 "청와대에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제일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다들 이견 없이 말했다"며 "부산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원팀이 탄생했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이날 행사에서는 전재수 후보가 하정우 후보에게 배턴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북구 발전의 '계승과 확장'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박형준 "단일화해야"…북갑 보선, 부산 선거 전체 변수로
세 후보가 잇따라 세 과시에 나선 이날 오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공개적으로 북구갑 단일화를 촉구했다.박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고 부산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려면 북구갑에서부터 분열을 끝내고 통합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며 "북구갑 보궐선거가 200여 명이 출전한 부산 선거를 집어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북구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주민 중심 보수 재건'을, 박민식 후보가 '정통 보수 결집'을, 하정우 후보가 'AI 미래 비전'을 각각 내세우며 전혀 다른 방식의 선거 전략을 선보였다.
정치권에서는 북구갑 보선이 단순한 지역 재보선을 넘어 차기 부산 정치 지형과 보수 재편 흐름까지 가늠할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