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병수발에도 상속은 같은 '기여분제'…효도 가치 외면

<시사매거진 제주-아이엠 오피니언>
'N분의 1'의 역설: 헌신한 자녀에게 더 가혹한 '균등 분배'의 원칙
"법정에서 외쳐봐야 소용없어"…유류분 소송과 기여분의 '따로 국밥' 절차
'특별한 기여'라는 높은 문턱…단순 간병은 "자식의 도리일 뿐"
"돌봄에도 영수증이 필요하다"…기록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의 과제

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 자료사진

◇류도성> 오늘은 상속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상속이라고 하면 좀 광범위한 주제인데, 오늘 특별히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이 있으신가요? 
 
◆김정은> 오늘은 상속 중에서도 돌봄과 기여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을 오랫동안 곁에서 모신 자녀가, 정작 상속 앞에서는 멀리 있던 형제자매와 똑같이 나눠야 하는 현실 말이에요. 사실 저도 지금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입장이라, 이 주제를 꺼내면서 좀 민망한 구석이 없지는 않은데요. 
 
농담처럼 말씀드리자면, 나중에 제 동생이 이 방송을 듣고 뭔가 눈치채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이 문제로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분들의 억울함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도 충분히 다뤄져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류도성> 우리나라 상속법의 원칙이 자녀들의 경우 균등분배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되는 건가요? 
 
◆김정은> 우리 민법에서는 같은 순위의 상속인에게 원칙적으로 동등한 상속분을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셋이라면 각각 3분의 1씩 나누는 거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떤가요. 한 자녀는 부모님 곁에서 10년, 20년 동안 병수발을 들고, 직장도 줄이고, 개인 생활도 희생했는데, 다른 자녀는 멀리 살면서 명절에만 얼굴 비쳤다고 해서 법은 둘을 똑같이 봅니다. 그 균등함이 오히려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생기는 거죠.
 
◇류도성> 그 억울함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실제로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 희생에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법이 그걸 전혀 못 잡아내는 건가요?
 
◆김정은> 완전히 못 잡아내는 건 아닙니다. 민법에 기여분이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 그러니까 돌아가신 분의 재산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부양을 특별히 했다고 인정되면 그 기여분만큼을 상속재산에서 먼저 빼고 나서 나머지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더 많이 한 사람은 그만큼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는 거예요.
 
◇류도성> 그럼 기여분 제도가 있으니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왜 이 제도를 두고도 분쟁이 생기는 건가요?
 
◆김정은> 여기가 핵심입니다. 기여분 제도가 있다는 것과, 그게 실제로 인정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선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법원에 직접 청구를 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게, 기여분 심판 절차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과 완전히 별개의 절차라는 점입니다.
 
◇류도성>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같이 다룰 수 없다는 건가요?
 
◆김정은> 실무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리면, 부모님 곁에서 오래 돌본 자녀 A가 있고, 멀리 살던 자녀 B가 있다고 해봅시다. A가 부모님께서 남기신 재산을 조금 더 많이 가져가게 됐어요. 그러면 B가 내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이때 A 입장에서는 나는 그만큼 기여했으니 당연하다고 항변하고 싶죠. 그런데 유류분 소송 법원에서는 기여분 주장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기여분은 가사비송 절차라는 별도의 법원 절차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유류분 소송 법정에서 나는 이렇게 열심히 돌봤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게 기여분으로는 반영이 안 되는 거예요.
 
◇류도성> 그러면 두 가지 소송을 동시에,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가요?
 
◆김정은> 그렇습니다. 먼저 기여분 심판을 가사법원에 청구해서 기여분을 인정받고, 그 결과를 유류분 소송에 가져가야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이미 유류분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기여분 심판을 별도로 신청해야 하고, 절차적으로도 상당히 복잡합니다. 돌봄을 한 자녀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에서 법정까지 끌려가는 것도 힘든데, 두 개의 서로 다른 절차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부담까지 지게 되는 거죠.
 
◇류도성> 그렇다면 기여분 심판에서 법원이 실제로 기여분을 인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김정은>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지점인데요. 법원은 기여분 인정에 굉장히 엄격합니다. 단순히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거나, 병원비를 대신 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습니다.
 
◇류도성> 어느 정도여야 인정이 되는 건가요?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요?
 
◆김정은> 판례를 보면, 예를 들어 부모님 사업을 같이 운영하면서 재산 형성에 직접 기여했다거나, 본인의 직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수년간 전업으로 간호와 간병을 했다는 정도가 되어야 인정이 됩니다. 
 
명절에 내려와서 용돈을 드렸다든가, 부모님 댁 근처에 살면서 자주 들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심지어 부모님과 수년간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부담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특별한 기여가 아니라 일반적인 부양의무 이행으로 판단되면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류도성> 그러니까 법이 요구하는 기준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기여했다고 느끼는 기준 사이에 큰 간격이 있는 거네요.
 
◆김정은> 바로 그겁니다. 많은 분들이 나는 분명히 더 많이 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법원에 오시는데, 막상 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돌봄의 가치라는 게 영수증이 남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숫자로 환산하기가 어렵다 보니, 입증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어떻게 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까요?
 
◆김정은> 이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실용적인 부분인데요.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기록을 남겨두시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병원에 함께 다닌 기록, 의료비를 대신 납부한 계좌 이체 내역, 요양보호사 대신 직접 돌봄을 제공했다면 그에 관한 기록들이요. 간병일지 형태로 날짜별로 어떤 돌봄을 했는지 메모해 두시는 것도 나중에 입증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주변 분들, 예를 들어 이웃이나 담당 의사, 사회복지사 같은 분들이 돌봄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분들이 증인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이걸 미리 챙기면서 사시는 분은 많지 않겠죠. 그런데 실제로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기록이거든요. 평소에 조금이라도 남겨 두시면 나중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류도성> 부모님이 미리 유언장을 써두시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정은> 사실 가장 깔끔한 해결책 중 하나가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유언장을 통해 본인의 뜻을 직접 남기시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곁에서 돌봐준 자녀에게 조금 더 남기겠다고 유언에 명시해 두시면, 그 의사가 상속에 반영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유류분 제도 때문인데요. 아무리 유언장에 특정 자녀에게 더 많이 남기겠다고 써두셔도,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그러니까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몫을 침해하면 나중에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언장이 있더라도, 유류분의 벽 안에서만 의사가 실현된다는 한계가 있어요. 결국 유언장으로도 완전히 해결이 안 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류도성> 변호사님 개인적인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행 제도, 어떻게 보세요?
 
◆김정은> 저는 솔직히, 현재의 기여분 제도와 법원의 인정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요. 첫 번째는 절차의 문제입니다. 기여분과 유류분을 완전히 분리된 절차에서 다루도록 한 현행 구조는, 결국 기여한 사람이 방어하기 더 어렵게 만듭니다.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을 항변으로 직접 주장할 수 있도록 절차를 통합하거나, 적어도 연계할 수 있는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인정 기준의 문제입니다. 재산 형성에 직접 참여한 경우나 전업 간병처럼 극단적인 상황만 인정받을 수 있다면, 현실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돌봄은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됩니다. 기준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그 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하시는 건데, 그렇게 되면 반대로 나도 기여했다는 주장이 남발되거나, 오히려 분쟁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김정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우려보다 지금의 불균형이 더 크다고 봅니다. 현재는 기여분 인정 기준이 너무 높다 보니, 실질적으로 돌봄을 담당한 사람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기준을 넓히더라도, 특별한 기여의 구체적인 요건과 입증 방식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남용의 문제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돌봄이라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는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요구되는지는 경험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잖아요. 그 헌신을 법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결국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류도성> 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가 돌봄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김정은> 그렇습니다. 돌봄을 당연한 의무로만 볼 것이냐, 아니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기여로 볼 것이냐. 법원과 입법자가 이 질문에 좀 더 진지하게 답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민법상 기여분 제도는 1990년에 도입됐습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났고, 그 사이 가족의 형태도, 고령화의 양상도, 돌봄의 현실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제도도 그 변화를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류도성> 오늘 말씀 들으면서, 법이 공평하다고 하지만 그 공평함이 모든 상황에서 공정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정은> 법 앞의 평등과 삶 속의 공정함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게 법을 하면서 늘 느끼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이야기가, 부모님을 모시면서 소리 없이 애쓰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본인이나 가족 중에 이런 상황에 처하셨다면, 기여분 문제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유류분 소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거든요. 돌봄의 무게를 법이 다 안아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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