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그려온 삼성전자 노사가 노동조합이 예고한 파업일을 코 앞에 두고 정부 권유로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12일 사실상 최종 협상에 돌입했다. 이틀로 예정된 협상 일정의 마지막 날이어서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오전에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노사 사후조정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그것만 바라보고 활동하고 있다"며 "합의든, 결렬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초기업노조는 신생노조로서, 작년에는 2명만 활동이 가능했고 반도체(DS) 부문에선 저 혼자 활동하다가 6개월 만에 과반노조가 됐다"며 "제가 이제 삼성전자의 근로자 대표이자 노조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삼성전자 김형로 부사장은 질문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중노위 위원이 조정자로 참석하는 사후조정 회의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진행된다. 사후조정이란 이미 조정이 종료된 사안과 관련해 중노위가 재조정을 실시하는 절차다. 현안인 성과급 지급 문제는 중노위 차원에서 지난 3월에 이미 '조정 중지' 결론이 난 사안이지만, 중대 안건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사후조정을 권유하고 노사가 이에 응한 결과 어렵게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담당인 DS부문 조합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지급하는 걸 제도화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사측은 SK하이닉스 수준의 지급률 약속 등을 포함한 DS부문 특별포상안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약 11시간 30분 동안 1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어 협상했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조정을 담당하는 황기돈 중노위 공익위원은 조정안을 만들어 이번 2차 회의에서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만들어진 조정안은 권고성이어서, 노사가 동의해야 단체 협약과 같은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에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만약 파업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액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축이라는 점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전날 "반도체 칩을 못 구해서 전 세계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해서든 칩을 구하려고 하는 중요한 시기에 노사 불협화음이 나서 스스로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노사 간에 원만하게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원사들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맞물린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망, 산업 안정성, 투자 시장으로서의 한국의 장기적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