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난동 판사 잘못…확정된 유죄까지 파기 다시 재판

검찰 무죄 부분만 항소했는데 1심 전부 파기…대법원 파기환송

대법원 제공

검찰이 무죄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했는데 항소심이 1심을 전부 파기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제의 항소심 사건 재판장은 음주난동 물의를 빚고 사직한 부장판사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환송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7월 9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죄(강제추행)로 징역 1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5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3월 5일 제주교도소에서 형의 집행이 종료됐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 금지 준수사항도 부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출소 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17일 제주시 용담동 일대에서 술을 마시다 보호관찰소 직원에게 적발됐는데도 재차 술을 마셔 음주제한 준수사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첫 적발 때인 당일 오전 10시 35분쯤 음주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5%가 나왔다. 2시간이 지난 오후 1시 18분쯤 두 번째 적발 때는 혈중알코올농도 0.243%가 측정됐다.
 
검찰은 같은 날 벌어진 각각의 음주 행위를 2개 범죄사실로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의 첫 음주 행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두 번째 음주 행위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다.
 
검찰은 "피고인이 첫 음주 측정 때 하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 점을 고려하면 두 번째 측정 당시 0.03% 이상의 술을 또 마셨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무죄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법원. 고상현 기자

항소심은 A씨가 두 번째 음주 때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을 마셨다고 봤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주 후 약 30~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했다.
 
이 기준으로 만약 A씨가 또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두 번째 음주 측정 당시 수치는 최대 0.199%로 계산했다. 하지만 두 번째 측정 결과 0.243%가 나왔기 때문에 추가 음주사실을 인정했다.
 
항소심은 각 범죄 사실은 경합범 관계로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들 중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할 경우 다른 사건과 분리해 일부 상소할 수 있고, 검찰·피고인 쌍방이 상소하지 않은 사건은 확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유죄로 인정된 첫 번째 음주까지 파기하는 건 잘못이라고 봤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할 때는 검찰이 항소한 무죄 부분만 파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2심은 1심 판결 중 무죄 부분만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도 이미 확정된 부분까지 다시 심리해 형을 선고했다. 이를 지적하는 검찰의 상고이유는 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한 문제의 항소심 사건 재판장은 근무시간에 동료판사 2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음주난동 물의를 일으킨 오창훈 전 부장판사다. 그는 올해 3월 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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