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이후 세계질서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우선주의와 동맹 재조정, 국제조약 탈퇴 등은 전후 국제질서의 균열을 드러낸다. 한반도 역시 이 변화가 직접 작동하는 지정학적 공간이다.
서재정 교수의 신간 '괴물의 시대: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요동하는 한반도'는 9·11 이후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 사드 배치, 바이든 정부의 가치외교,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우선주의까지 지난 20여 년간 미국의 세계전략이 한반도 안보 환경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추적한다.
책의 핵심 개념은 '안보딜레마'다. 한쪽이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키우면 상대는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군비를 강화한다. 결국 모두가 더 불안해지는 구조다. 저자는 한반도 역시 이 악순환 속에서 군사력 증강과 적대 관계를 반복해왔다고 본다.
그는 "북한은 고정불변의 위협이고 미국은 고정불변의 안보"라는 주류 안보담론에 질문을 던진다. 북한과 미국을 선악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변수로 볼 때, 한반도 안보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힘을 통한 평화'가 오히려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법 역시 정상회담이나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이 먼저 긴장 완화와 군비동결, 군사훈련 동결 같은 조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괴물의 시대'는 트럼프 이후의 세계를 단순한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기존 안보구도가 강제해온 질서를 흔들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새롭게 상상할 기회로 읽는다.
서재정 지음 | 창비
러시아혁명, 두 차례 세계대전, 냉전, 중국 공산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석유위기, 소련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까지. 전 우크라이나 주재 일본 대사 마부치 무쓰오가 현대 세계사의 이면을 추적한 책 '알아서는 안 되는 현대사의 정체'가 출간됐다.
저자는 우리가 배워온 현대사가 국가와 이념의 대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국제금융자본, 세계주의, 네오콘, 미국의 대외전략 등을 키워드로 삼아 20세기 이후 세계질서가 어떻게 재편됐는지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책은 러시아혁명을 현대사의 분수령으로 본다. 저자는 "러시아혁명을 분수령으로 미국의 정책은 세계주의자들이 장악하게 되었다"며,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네오콘의 뿌리를 모두 세계주의의 흐름 속에서 해석한다. 국제연맹 역시 단순한 평화기구가 아니라 "주권국가 위에 국제기구를 두고 세계주의를 통해 평화를 제어하는" 시도였다고 주장한다.
뉴딜 정책을 보는 시각도 도발적이다. 저자는 뉴딜을 "미국 경제의 사회주의화"를 목표로 한 실험으로 해석하고,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 공산화, 냉전 체제 형성까지 그 연장선에서 읽는다.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이 우발적으로 이어진 사건이 아니라 국제 정치·금융 권력의 흐름 속에서 작동했다는 문제의식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책의 후반부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다뤄진다. 저자는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인에 의해 통치된다"는 선언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미국 정부가 반드시 미국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는 문제제기다.
다만 이 책은 정통 역사학의 통설과는 다른 해석을 전면에 내세운다. 출판사 역시 한국 독자에게는 저자의 일본인으로서의 역사 인식이나 일부 주장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독자는 책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현대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논쟁적 시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마부치 무쓰오 지음 | 박연정 옮김 | 챕터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