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더 세게 때리면 된다. 최근 한화 이글스의 승리 공식이다. 불펜 난조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폭발적인 화력으로 단숨에 바꿔놓았다.
한화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1-5로 완승했다. 노시환이 만루 홈런을 포함해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강백호 역시 솔로 홈런을 비롯해 5차례 출루에 성공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17승 1무 20패를 기록, 공동 6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마운드의 부진으로 9위까지 추락했으나, 최근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현재 한화의 약점은 명확하다. 12일 기준 팀 평균자책점은 5.29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선발진은 5위(4.44)로 무난하게 버티고 있으나,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이 6.16으로 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뒷문 불안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마무리 투수 김서현의 부진이 뼈아프다. 극심한 제구 난조로 2군 조정기를 거친 뒤 지난 7일 1군에 복귀했지만,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서현의 마무리 복귀 계획은 사실상 안개 속에 빠졌다.
대체 외국인 선수 잭 쿠싱의 이별도 다가오고 있다. 선발 자원으로 합류해 임시 마무리를 맡아온 쿠싱은 오는 15일 계약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날 전망이다. 당장 뒷문을 책임질 확실한 카드가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로선 우완 이민우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풀타임 마무리로서의 경험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마운드의 불안을 지우는 것은 압도적인 타격이다. 한화는 팀 타율(0.282), 안타(375개), 득점(235점), 타점(219개), 홈런(42개)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리그 1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는 외인 투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호투에 의존했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특히 홈런 생산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37경기 기준 28개였던 팀 홈런은 올해 42개로 50% 급증했다. 젊은 거포들이 즐비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이다.
그 중심에는 완벽히 살아난 노시환이 있다. 시즌 초반 슬럼프로 2군 조정기까지 거쳤던 노시환은 지난달 23일 복귀 후 17경기에서 멀티히트 8차례, 홈런 7개를 몰아치며 타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4년 최대 100억 원의 계약으로 합류한 강백호가 8홈런으로 팀 내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노시환과 문현빈, '신성' 허인서가 각각 7개로 뒤를 쫓고 있다. 외인 타자 요나탄 페라자(6개)까지 더해 주전 타자 5명이 동시에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눈앞에 뒀다.
타선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타점 1위(41개) 강백호와 그 뒤를 받치는 노시환의 호흡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노시환은 "앞에서 백호 형이 워낙 잘해주니 찬스가 많이 온다"며 "강한 4번 타자 덕분에 더 편하게 타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허인서의 등장은 타선의 화룡점정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없던 허인서는 올해만 벌써 7개를 터뜨렸다. 특히 삼성을 상대로 5개를 몰아치며 천적으로 급부상했다. 페라자 역시 커리어 하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한화는 지난해 팀 홈런(116개)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노시환 홀로 달성했던 '시즌 20홈런' 고지를 올해는 다수의 타자가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