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 실물경제가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건설투자의 기록적인 부진과 고용 시장의 위축이 가속화되며 경기 회복의 질적 측면에서는 뚜렷한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14일 발표한 '최근 부산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산 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소비 지표가 견고한 모습을 보였지만, 건설과 고용 등 민생 체감 지표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제조업의 반등이다. 3월중 부산지역 제조업 생산은 기타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하며 전월의 급격한 감소(-16.2%)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수송기계와 산업기계 분야의 설비투자가 25.2%나 급등하며 향후 생산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소비 시장 역시 활기가 돌고 있다. 카드 사용액(실질)이 전년 대비 6.1% 늘어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18.1% 급증하며 지역 내 관광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이 소폭 감소(-0.1%)한 가운데서도 지역 내수 경제가 일정 부분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화려한 생산 지표 이면의 건설 시장은 처참한 수준이다. 3월중 건축 착공 면적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81.4% 감소하며 충격적인 역성장을 기록했다. 건설 수주액 역시 민간 발주가 끊기다시피 하며 93.1%나 급감해, 향후 지역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3,035호에 달하는 등 누적된 재고는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주택 매매 가격 보합세(0.0%)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심화시키고 있다.
건설 부진의 불씨는 고용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4월중 부산지역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명 줄어들며 전월(-0.5만 명)에 비해 감소 폭이 4배 이상 확대되었다. 특히 임시 근로자가 3.1만 명 급감한 것은 경기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쇼크'도 민생을 옥죄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23.2%나 치솟으면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확대되었다. 제조업 생산이 늘어도 지갑은 얇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성장의 온기 없는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부산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이라는 '외풍'에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과 건설이라는 '내풍'에는 극도로 취약한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 사태 등 대외 리스크가 제조업 일부 부문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과 소비자 심리 지수(CCSI)가 하락세(4월 103.5)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경기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