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파업 위기에 '긴급조정' 변수 부각…정부는 '신중'

긴급조정이란…쟁의행위 중지시킨 뒤 갈등 조정 조치
"삼성 파업 땐 국가 경제적 타격 우려…긴급조정 필요" 주장 고개
헌법상 단체행동권 제약 논란 불가피…정부, 대화 촉구하며 신중 입장

삼성전자 과반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평택=황진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반도체 파업'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의 긴급조정권 행사 여부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축인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시각과 맞물려 긴급조정권 행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조치라는 논란도 불가피한 만큼, 정부는 노사 대화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긴급조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6조에 명시된 쟁의행위 중지 조치를 동반한 노사 조정 조치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 사업에 관한 것, 또는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 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에는 긴급조정 결정을 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재개할 수 없다. 공표와 동시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관계 당사자에게 해당 조치가 통고되며, 중노위 조정이 개시된다.
 
정부로서는 노사 갈등의 파장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쓸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카드'인 셈으로, 요건이 엄격한데다가 근로자들의 권리를 제약한다는 논란이 불가피 해 과거 발동 사례도 드물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총 네 차례의 파업 시작 후 이 조치가 단행됐다.
 
긴급조정이 현 국면에서 거론되는 이유는 파업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손실액이 수십조 원 규모로 예상되고, 노사 대화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파업 시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반도체 타격론'을 사측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내놓으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진행할 것임을 예고해왔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로 인한 직접 타격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저하에 따른 간접 타격까지 합치면 손실액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가 국가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크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그 영향을 한 개 기업의 타격으로 치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긴급조정은 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94%로,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동력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꼽힌다. 최근에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다.
 
다만 긴급조정 조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사관계학자인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긴급조정권은 갈등 봉합 조치일 뿐, 노사 관계를 오히려 냉각시킬 가능성도 있어 현재 사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장기적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긴급조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최후 수단이다. 단지 산업 규모가 크고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 만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의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대화로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주재한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성장, 수출, 금융시장 등 전반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긴급조정 결정권을 가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해당 조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화로써 해결해야 한다. 너무나 절실하다. 밤을 새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아직은 노사 대화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서 노사 분쟁을 조정하는 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노사가 동의하면 파업 예고일을 닷새 앞두고 정부 중재 하에 협상이 다시 진행된다.

양측은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누적 28시간이 넘는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당시 중노위가 양측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제시했으나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이를 '퇴보안'이라고 평가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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