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이재현이 데뷔 첫 멀티 홈런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치고도 수비 실책에 대한 아쉬움을 먼저 삼키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현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이재현의 원맨쇼에 힘입어 LG를 9-5로 제압했다.
이날 이재현은 힘으로 잠실구장을 지배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7회초에는 좌월 솔로 홈런을 추가했다. 이로써 그는 개인 통산 첫 한 경기 멀티 홈런이자 5타점 활약으로, 종전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재현은 "홈런을 치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특히 통산 첫 기록이라 더 뜻깊다"라며 "어제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만큼은 꼭 이기고 대구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처는 2회초 만루 찬스였다. 전날의 아쉬움이 이재현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재현은 "어제도 만루 찬스가 있었는데 부끄러울 정도로 좋지 못한 타격을 했다. 숙소 방에 들어가서도 계속 잔상이 남았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오늘 경기 전 훈련 때 타격 코치님께서 '오늘 다시 찬스가 올 것'이라며 격려해 주셨는데, 마침 첫 타석에 곧바로 만루 기회가 왔다"며 "어제 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지 말자는 각오로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최근 몸쪽 공을 거침없이 통타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세심함이 있었다. 이재현은 "특정 코스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내가 칠 수 있는 공에만 집중한다"라며 "특히 공이 날아올 때 시선이 흔들리면 구종이나 코스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에, 머리와 시선을 최대한 고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맹타를 휘두른 날이었지만 수비에서의 아쉬움에는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7-1로 앞서가던 5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재현의 포구 실책으로 1점을 허용했다. 이재현은 선발 양창섭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잘 처리했다면 이닝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상대 주자 신민재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리기도 했고 타구 바운드도 까다로웠지만, 무조건 잡았어야 하는 공"이라며 "대처가 미숙했다. 대구로 돌아가서 다시 철저히 복기하며 보완하겠다"고 자책했다.
시범경기 기간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다 개막 후 다소 주춤했던 고비에 대해서는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현은 "개막 이후 내 스스로 타격 메커니즘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진 않았다. 타격 사이클상 내려가는 시기가 개막 직후와 맞물렸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슬럼프가 왔을 때 주변에서 워낙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셔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버텼다"며 "특별히 좋았던 감을 억지로 찾으려 하기보다, 늘 하던 대로 꾸준히 훈련을 이어온 덕분에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2군으로 내려간 동료 김영웅에 대한 따뜻한 의리도 잊지 않았다. 이재현은 "영웅이가 먼저 퓨처스 리그로 갈 때 '금방 다시 올라올 테니 1군에서 꼭 다시 보자'고 인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산 원정(2군 경기)에 가 있더라"고 웃어 보인 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2군에서 준비 잘해서 빨리 1군으로 오라고 가볍게 격려했다"며 동료의 빠른 복귀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