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 시도에 '녹취 공개'로 선 그은 삼전 노조…강경대응 일관

노조, 중노위 사후조정 회의 내용 담은 녹음파일 공개
"중노위 측이 사측의 언어로 노조에 답변"
"중노위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부·사측 추가 대화 시도에 선 긋기
사회적 혼란 누적되는데…지나친 강경 행보 비판도

(왼쪽부터)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연합뉴스

사측과 성과급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가 고용노동부 장관 소속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과정을 담은 녹음파일까지 공개하며 파업 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사측의 입장에서 조정을 시도하려 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지만, 반도체 파업 예고와 맞물린 사회적 우려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갈등 조정 과정까지 전부 공개하며 '핵심 요구 관철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식의 강경 행보는 지나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15일 해당 녹음파일을 익명채팅방에 공개했다. 지난 12일 오후 중노위 중재 하에 진행된 2차 노사 사후조정 회의 과정에서 최 위원장과 중노위 위원이 나눈 대화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녹음파일과 노조의 녹취록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 삼아 상한 없이 지급하라는 노조의 핵심 요구를 강조하며 중노위가 조정안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중노위 위원에게 "전 이렇게 못한다. 영업이익 재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사측 입장에는) 왜 영업이익 10%가 그대로 있느냐"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또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을 언급하며 중노위 위원을 향해 "김 부사장이 반도체를 하나도 모르고, 지금 실적 규모 자체도 거짓말을 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가) 200조가 아니고 300다. 그런데 지금 200조로 얘기하고 있잖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그러니까 조정안을 달라. 회사와 더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중노위 위원은 조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토대로 세부 사항 확인 작업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아울러 조정안을 만들기 전에 노사 자율 타결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의견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 무엇인지 추가로 짚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최 위원장은 "(의견을) 좁힐 수 없으니 조정안으로 달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중노위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정위원은 노조가 조정안을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니 소리를 지르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 핵심 관계자는 녹음파일 공개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재 역할을 맡은 중노위 측이 당시 사측의 언어로 노조에 답변을 했다는 것"이라며 "노조에서는 조건이 안 맞으니 중재안을 달라고 했는데, 위원이 본인 기분 나쁘다고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이런 행동은 사측의 입장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던 거라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결국 노조는 오는 16일 추가 사후조정 회의를 열어 접점을 찾아보자는 중노위의 전날 요청에 대해 녹음파일 공개로 대응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노조는 사측의 대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추가로 대화를 하자는 사측의 제안에 노조는 이날 오전까지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라는 핵심 요구에 대한 대표이사 답변을 요구했고, 사측이 기존 입장을 담아 회신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재차 요청했지만 노조는 입장 변화가 없다고 보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사측의 대화 제안에 대해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총파업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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