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감시 기능을 다시 강화하는 분위기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정부 들어 경제 사건 집행의 무게중심이 공정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년 만에 조사국 부활론…중점조사팀 확대 검토
17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업 불공정행위 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을 부활시키거나, 이에 준하는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사국 부활이 현실화할 경우 2005년 폐지 이후 21년 만에 공정위 핵심 조사 조직이 되살아나는 셈이다. 현재 공정위는 조사처 산하에 중점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국 단위 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국과 함께 사건 처리 지원 및 경제분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 조직 신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조사국은 공정위 내에서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와 담합, 불공정거래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던 핵심 조직이었다. 특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지원처럼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대기업 내부거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조사하면서 재계에서는 '대기업 저승사자'로도 불렸다. 대기업 현장조사와 기획조사를 주도하며 공정위의 존재감을 키웠던 조직이기도 하다.
다만 강도 높은 조사 기능만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가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기업 부담과 과잉조사 논란이 커지면서 조사국은 2005년 폐지됐다.
그러나 대기업집단과 플랫폼, 하도급, 유통 분야 사건이 복잡해지고 규모도 커지면서 최근 들어 조사국 부활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조사국이 실제로 되살아나거나 이에 준하는 전담 조직이 확대될 경우 공정위의 기획조사와 직권조사 기능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개혁 맞물린 공정위 역할론…전속고발권 폐지도 변수
이번 논의는 검찰개혁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면서 경제 사건 집행 체계 역시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될 경우 공정위가 시장질서 사건의 1차 조사·분석기관으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전속고발권 폐지 검토'도 공정위 역할 재편 논의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 절차가 본격화되는 제도다.
이를 폐지하면 공정위의 고발 독점권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건 처리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담합·하도급·플랫폼 사건의 사실관계와 시장 영향을 먼저 분석하는 공정위 조사 기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담합이나 하도급 갑질, 플랫폼 불공정행위처럼 시장 구조와 경쟁 제한성 판단이 중요한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전문적인 경제 분석이 필요하다"며 "향후 공정위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민생·공정경제 기조가 강화된 점도 공정위 역할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 속에서 담합과 가맹·유통 불공정, 하도급 갑질 문제는 곧바로 서민 물가와 중소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사국 부활이 곧바로 공정위에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같은 강제수사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법 개정과 수사기관 지위 부여가 필요하다. 현재 공정위 권한은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요구, 진술조사,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고발 등을 중심으로 한 행정조사권에 가깝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공정위 조사 기능 강화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와 과징금은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이미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직 개편과 증원 규모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대 민생 사건 등의 신속한 처리와 법 집행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증원 규모와 기능은 현재 관계 부처 등과 협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