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인 면담 의미있나"…세종 경찰, 학대 부실수사 논란

A씨의 좌측 늑골 환부 모습. A씨 가족 제공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CBS노컷뉴스 26. 05. 15 "멍 든 것 같다"더니 전치 12주…세종 장애인시설 학대 의혹 등)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종결이 추진된 정황이 드러난 데다, 경찰이 "의사소통이 어려운데 면담이 의미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애인 인권 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대전CBS가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입수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당시 세종북부경찰서 담당 형사는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형사는 지난해 5월 2일 전화 통화에서 "조사를 진행했지만, 가해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월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학대 의혹 수사를 의뢰한 지 약 두 달 반 만에 나온 설명이었다.

당시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 면담 한번 없이 어떻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담당 형사는 "정신 지체 장애 1급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면담이 의미가 있겠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가족 측은 주장했다.

가족 측 항의 이후 경찰은 같은 날 오후 쉼터를 방문해 피해자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가족 측은 해당 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인 A씨는 "사건 발생 70여 일이 지난 후에야 피해자 조사가 이뤄졌고, 당시 형사는 다시 추가 면담을 하겠다고 했다"며 "수사 종결이 아니라며 안심시켰지만, 이후 별다른 연락 없이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자 면담이 이뤄진 지 13일 뒤 사건은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됐다. 폭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종결 사실을 피해자 가족에게 직접 알리지 않았고, 고발 기관인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만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 요청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권익옹호기관은 자체 조사와 학대사례판정위원회를 거쳐 해당 사건을 '신체적 학대'로 판단한 상태였다.

A씨는 대전CBS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피해자 면담도 진행하고 여러차례 노력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했다면 언론에까지 제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면담도 시도하지 않고 돌연 수사를 종결한 것은 장애 피해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장애인 피해자 조사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목격 진술은 사실상 배제됐다"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거주시설 관계자와 내부 폐쇄회로(CC)TV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피해자를 조사하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점에서 재수사를 시작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월 피해자 가족은 시설 측으로부터 "동생 분이 넘어지거나 부딪혀 멍이 든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갈비뼈와 척추 골절 등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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