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부작위 책임' 법리가 대법원 판단대에 올랐다. 항소심에서 이유 무죄로 본 부작위 책임을 두고 내란특검이 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상고에 나서면서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고위공직자의 '침묵'과 '방관'이 어디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달랐던 부작위 여부 판단…1심 "내란 실행행위" vs 2심 "범죄 성립 안 돼"
쟁점이 된 부작위(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는 크게 두 갈래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실질적 심의를 보장하고, 국무위원들의 반대 의견을 모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절차를 작동시켰어야 했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알면서도 이를 중지·취소하도록 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1심 재판부는 이 두 가지 부작위를 모두 내란 실행행위로 인정했다. 즉 '막을 수 있었는데도 막지 않았다'는 점 자체를 내란 가담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막지 않았다며 "작위의무를 이행했더라면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 ▶ 한덕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1심 판결문 中 |
| 피고인이 이러한 작위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윤석열의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행위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 이러한 피고인의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는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형법 제87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 피고인의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국무회의를 운영함에 있어 부담하는 작위의무를 위반했고, 국무총리로서 이상민의 위법·부당한 명령·처분을 중지·취소하기 위해 윤석열의 승인을 받도록 노력할 작위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내용이어서 작위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그 각 판시 범죄사실에 모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
반면 항소심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 방안 논의 등과 관련한 부작위범 부분에 대해 "불고불리(공소제기가 없으면 심판하지 않는다) 법리에 따라 원심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특검이 기소하지도 않은 단전·단수 이행 관련 부작위 혐의를 1심이 유죄로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 외관 형성과 관련한 부작위범 부분은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하고 전화로 재촉하는 등 적극적 행위로 이미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 ▶ 한덕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2심 판결문 中 |
|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작위와 부작위는 모두 '피고인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갖추도록 하였다'는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련의 사실관계로서 혼재돼 나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부분에 적시된 부작위가 작위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규범적 행위로서 별개의 내란중요임무종사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기재돼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피고인이 일련의 작위와 부작위를 통해 국무회의 심의 외관을 형성했고, 이로써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는 것을 넘어서, 특별검사의 위 주장과 같은 부진정 부작위범의 형태까지 별도로 기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
특검 "부작위 책임 다시"…대법에 법리 판단 맡겨
내란특검은 항소심이 한 전 총리의 부작위 책임을 이유무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상고한 상태다. 국무총리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계엄 선포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이를 막지 않은 행위 역시 내란 가담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실질적 심의를 보장하고 국무위원들의 반대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절차를 정상적으로 작동시켰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가 단순한 소극적 태도를 넘어 결과 발생에 영향을 미친 행위라는 것이다.
또 국무위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계엄 선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항소심이 결과 회피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된 부분은 이번 상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분은 작위 범죄에 포함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단전·단수 부분은 애초에 별도의 부작위범으로 기소한 것이 아니기에 작위 행위에 흡수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국정 2인자가 위법한 행위를 막을 의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했다면 실제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향후 고위공직자의 부작위 책임 범위를 가르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