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주기 전날 도로에 드러누운 여성들…"투쟁 멈출수 없다"

혜화역서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
아스팔트 위 침묵으로 희생자 기려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 호소
시민들 발걸음 멈추고 서명 동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20차 캠페인' 참가지들이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나채영 기자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도로 위에 여성들이 몸을 눕혔다.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 10여 명이 아스팔트 위에 하나둘 몸을 뉘이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늦추거나 멈춰 서서 현장을 바라봤다. 일부는 서명대 앞에 다가가 조용히 이름을 적었다.

16일 오후 2시 10분 서울 혜화역 소나무길.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20차 다이인(Die-in) 캠페인'이 열렸다. 다이인은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죽은 듯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행위로, 여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는다. 이번 행사는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도로 위에 누운 채 약 7분간 침묵을 이어갔다.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성폭력 STOP' 등 문구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혜화역 소나무길을 찾은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잠시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서울 혜화역 소나무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나채영 기자

퍼포먼스 전 발언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여성폭력의 현실이 지적됐다. 서울여성회 대학생 페미니스트 연합동아리 강나연 운영위원은 "남양주 스토킹 가정폭력 사건 피해자는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해도 살해당했고 얼마 전 19세 여성 노동자는 성폭행 무혐의 처리에 고층 건물에서 투신했다"며 "강남역 이후 10년, 그리고 앞으로 10년 변화를 만들어온 투쟁을 멈출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직장인 여성 차소민씨도 "2016년 강남역에서 여성들이 날 무시해서 죽였다라는 범인의 분노와 10년이 2026년 광주에서 교제 요구를 거절한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그 여성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자 길 가던 여학생을 살해한 범인의 분노는 닮아있다"고 했다.

여성 조합원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문서희 조직부장은 "(강남역) 10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거리에서 일터에서 공간을 가리지 않고 쓰러져간 이름모를 여성들이 떠오른다"며 "젠더폭력 문제는 어느 개인의 겪는 일이 아닌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외쳤다.
 
이들은 오는 17일 강남역에서 10주기 추모행동을 연다. 과거 포스트잇추모를 재현할 예정이며 현재 온라인 여성선언에는 6200여명 정도가 참여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