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산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던 세 여자가 만난다. 구름이를 키우는 최진이, 노견 금순이와 할머니를 돌보는 우소은, 맥스와 함께 사는 김지호. 나이도 성격도 다른 세 사람은 개를 키운다는 공통점으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현이랑의 장편소설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됐다. '레모네이드 할머니', '새들의 집' 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추리 형식으로 다뤄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일상의 안팎을 따라간다.
소설은 따뜻한 반려동물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곧 의문의 사건으로 방향을 튼다. 개 목줄에 목이 졸린 남자가 발견되고, 세 여성은 자신들도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다음엔 표적이 네가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이 한마디는 평범한 산책길을 낯선 위협의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세 사람은 서로의 개 산책을 도와주는 모임을 만든다. "개 산책 도와주는 도우미요. 우리 서로 개 산책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 어때요?" 이 모임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어두운 길을 혼자 걷지 않기 위한 작은 안전망이 된다.
작품은 반려견을 향한 사랑을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개를 키운다는 건 이기적인 거야. 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돼.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김지호의 말처럼, 소설은 개를 좋아하는 마음과 책임지는 일 사이의 간극을 묻는다.
진이는 구름이를 귀여워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지만, 산책과 배변 문제 앞에서는 자주 흔들린다. 소은은 금순이의 치료비 앞에서 망설일 만큼 빠듯한 삶을 살지만 끝내 곁을 지키려 한다. "그냥 이뻐서 데려온 건데. 이뻐해 주기만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진이의 속마음은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말 안에 섞인 외로움과 자기만족을 드러낸다.
'갑수동 도그 워커 클럽'은 개를 산책시키는 여자들의 이야기이자, 반려동물 문화가 감추고 있는 책임과 돌봄의 이야기다.
현이랑 지음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