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스타벅스 '탱크데이' 후폭풍…교수·학자 잇따라 비판

황진환 기자·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이른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이 가운데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 백승종 역사학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가 잇따라 비판하고 나섰다.

김상욱 교수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탱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육상에서 가장 강력한 살상 무기였다"며 "1980년 신군부는 광주 시민의 시위 진압에 탱크를 투입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1987년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 불법 연행되어 물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 사건은 은폐될 뻔했으나 몇몇 사람들의 목숨을 건 용기로 세상에 알려졌다"며 "결국 경찰은 마지못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분노한 시민들은 결국 87년 6월 항쟁으로 신군부의 독재를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미치광이 살인마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날 어떤 기업이 '식칼 데이'라는 이벤트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넘지 말아야 할 선에 관한 문제"라며 "불매 운동도 중요하지만,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그런 큰 기업에서 일어났는지 정확히 밝혀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승종 역사학자도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러한 행사가 위험한 이유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고문이라는 엄중한 국가 범죄를 가벼운 상업적 유행어나 소비재 홍보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비극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미래 세대가 역사적 참상에 대해 가지는 도덕적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다"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근간이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역사적 사실을 모독하는 행위는 소모적인 이념 갈등을 재점화하고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총의와 공동체의 유대감을 훼손하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일개 마케팅 부서의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나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되어선 안 된다"며 "국가적 비극과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상업적 목적으로 조롱하고 모독한 행위의 이면에 의도적인 고의성이나 조직적인 방조, 혹은 반사회적 사상 주입 기도가 있었는지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정용진 당시 부회장의 '멸공' 행보를 거듭 비판해온 박노자 교수도 "극우파 오너의 망발을 견제할 수 있는 기업 내부 검증 시스템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태생인 박 교수는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가야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텀블러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며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탱크데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의 장갑차 투입을, '책상에 탁' 문구도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희생자들과 광주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라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용진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 미국 본사도 공식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로이터통신·영국 BBC 방송·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스타벅스코리아를 향한 관련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0일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도 정 회장과 손 전 대표,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담당자와 책임자 등 4명을 모욕 및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광주 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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