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장기화…6차 최고가격 또 동결되나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제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발표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세 차례처럼 가격을 동결할지, 재정 부담을 고려해 휘발유 가격을 소폭 인상할지 주목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당초 최고가격제를 단기 대책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차 최고가격 오늘 발표…또 동결할까, 휘발유 소폭 인상할까

황진환 기자

산업통상부는 오는 22일 0시부터 2주 동안 적용되는 6차 최고가격을 이날 오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2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세 차례 연속 가격을 동결했다. 같은 가격 상한선을 8주째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6차 최고가격도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5차 발표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100달러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서서히 상승하던 주유소 기름값도 리터당 2천원대 초반에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11.37원, 경유는 2005.86원으로 집계됐다.

치솟는 물가도 동결 결정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기름값을 제어해 물가 상승을 억눌렀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는데, 최고가격제 조치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까지 올랐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산업부 문신학 차관은 5차 발표 당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국제유가와 국내 최고가격의 차이만큼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주는 구조라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최고가격에 국제유가 급등분의 일부만 반영하거나 아예 동결하면서 부담은 더 누적됐다. 정부는 4조2천억 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했는데, 제도 시행 3개월 뒤 손실 규모가 예산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휘발유에 한해 최저가격을 소폭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형 소비 비중이 큰 경유는 유지하더라도 일반 수송용 소비 비율이 높은 휘발유는 가격 제한을 완화해 재정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고가격 인상을 통해 기름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고가격제의 가격 안정 효과에도 그동안 기름 소비는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유가 100달러 넘게 횡보…당분간 제도 유지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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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행 두 달을 넘어 한동안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단기 대책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최고가격제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최고가격제 종료에 따른 소비자 충격을 완화하려면 국제 유류가격이 100달러 아래, 90달러대 수준까지는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는 최근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1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01달러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향후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2026년 5월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물류 차질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육상 재고가 1억7천만 배럴 줄었다"며 "고유가와 경기 둔화, 수요 절감 조치 등이 맞물리며 연료 소비 감소 현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 선물거래사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세계는 역사적인 속도로 석유 안전망을 소진해 왔다"며 "전략적 방출과 수요 감소로 당장의 혼란은 막았지만 이를 만회할 여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폐쇄는 향후 몇 주, 몇 달 동안 현물 시장의 공급 부족과 정제유 부족, 추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하반기 중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장규철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하반기에는 지금보다는 유가가 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기는 또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하반기 중에는 지금과 같은 최고가격제의 필요성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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