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만 변경된 판례

대법 전원합의체, 의료법 위반 사건 원심 파기…무죄 취지 환송
1992년 눈썹 문신 판례 뒤집어…"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 아냐"
"직업·표현·예술의 자유 보장 방향으로 의료법 해석해야"

연합뉴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92년 '문신은 의료행위'라고 본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뒤집은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동안 대법원이 1992년 눈썹 문신 시술 사건에서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다뤄져왔다. 하지만 이번 전원합의체는 문신 시술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과 의료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의학·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해왔다"며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술 발전과 사회 인식 변화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바늘의 침투 깊이를 자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등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고, 보건위생용품의 사용이 일반화됐다"며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기술의 발전 및 의료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그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문신 시술자와 피시술자의 헌법상 기본권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 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는 물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인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반인으로 하여금 서화문신행위를 위하여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서화문신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완전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고 하더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