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해협이 열리더라도 자유로운 통항이나 국제유가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완전한 정상화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란 합의 임박 관측에 국제유가 하락
26일 워싱턴포스트(WP),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란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대이란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 제재도 완화하게 된다.AP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아마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전 세계가 좋은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합의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미국 정부는 아직 이란과 공식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로, 현재 이란 측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란은 해협에 대한 통제권과 주권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합의 결과에 따라 통행 정상화의 의미가 완전 개방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쏠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인 만큼, 재개방될 경우 국제 에너지·물류 시장 정상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하는 등 중동 전쟁의 여파를 크게 받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는 벌써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약 4.8% 떨어졌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4.3% 하락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 역시 약 0.5% 상승했다.
실제 유가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완전 정상화는 내년 전망"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실제 자유로운 통항과 국제유가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뢰 제거 함정과 전문 장비를 해협으로 이동·배치하는 초기 단계에만 수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방부 역시 호르무즈 해협 수로와 주변에 매설된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최소 2개월에서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미 의회에 보고했다.
현재 해협이 위치한 페르시아만 해역에는 최대 2천 척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전에는 하루 평균 125~140척이 통항했지만, 현재는 일부 선박만 제한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협 개방 이후 통항량이 점차 늘어나겠지만 기뢰 제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상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휘발유 가격 안정화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IEA에 따르면 올해 3~4월 두 달 동안 글로벌 휘발유 재고는 2억5천만 배럴 감소하며 빠르게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전쟁으로 생산 시설까지 파괴되면서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물류비 역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선사들은 여전히 운항을 꺼리고 있고, 해상 보험사들도 높은 할증료와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반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협이 당장 개방되더라도 실제 통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까지 최소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자유로운 통항과 유가 안정까지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애드녹(ADNOC)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 1~2분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와 발이 묶인 유조선 이동, 생산 재개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파손된 시설 복구와 전쟁 이전 수준의 생산 회복, 고갈된 재고 재축적에는 수 분기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상품 담당 이코노미스트 하마드 후세인도 "석유 시장의 수급 균형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가격 하락 추세가 본격화될 수 있는데, 이는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