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불붙인 '일베 폐쇄론'…방미심위 문턱 넘을까

5·18 '탱크데이' 논란 뒤 정부 적극 검토
불법 정보 비중·목적·표현의 자유가 쟁점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이벤트와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이 열린 봉하마을에 극우 성향으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일베의 조롱 손가락 인증샷을 찍고 있다. 스타벅스·노무현재단 갈무리

조롱·혐오 밈의 진원지로 지목돼온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폐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 현장에서의 '일베 인증샷' 논란이 잇따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와 같은 혐오 조장 사이트에 대해 폐쇄와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 대통령은 해당 사안을 국무회의에서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논의의 기폭제는 스타벅스코리아 사태였다. 스타벅스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모바일 앱에서 텀블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탱크 데이'와 '5월 18일'을 함께 노출했다. 이를 두고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과 전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문구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공식 사과했다. 신세계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체계와 역사 인식 부족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광주 지역과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제품 불매 움직임도 이어졌다. 논란은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을 넘어 5·18 민주화운동을 대하는 기업과 사회의 감수성 문제로 번졌다.

연합뉴스TV 캡처

사태는 이후 온라인 조롱으로 다시 확산했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스타벅스 논란을 두고 5·18 비판 여론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고, 만화가 윤서인씨도 "5·18에 탱크보이는 어떻게 먹느냐"는 취지의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봉하마을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기념관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혐오표현 처벌법 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부가 실제 검토에 들어가면 핵심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심의 기준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행정 처분 가능성으로 모일 전망이다.

방미심위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불법정보를 심의해 삭제나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5·18 허위사실 유포, 사자명예훼손, 명예훼손, 불법촬영물 유포 등은 개별 게시물 단위로 심의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베 전체를 폐쇄하거나 접속 차단하는 문제는 별개다.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 전체를 차단하려면 사이트 운영 목적 자체가 불법인지, 전체 게시물 가운데 불법정보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전체 차단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2018년에도 일베 폐쇄 요구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는 전체 게시물 중 불법정보 비중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사이트 폐쇄나 접속차단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실제 폐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흔히 거론되는 '불법정보 70%' 기준도 법률에 명문으로 적힌 일률적 요건이라기보다 과거 심의 실무상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종민 기자

정부 검토가 실제 절차로 이어질 경우 1차 쟁점은 방미심위의 통신심의가 될 전망이다. 개별 게시물 삭제·접속차단을 넘어 사이트 전체 차단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방미통위는 심의 결과와 법적 요건을 토대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처리 제한 명령 등 후속 행정 절차를 맡게 된다.

쟁점은 세 가지다. 논란이 된 게시물과 인증 행위가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 일베 전체 게시물의 불법정보 비중과 운영 목적이 전체 차단 요건에 이를 정도인지, 국민 정서와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표현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다.

법조계와 미디어 정책 분야에서는 사이트 전체 폐쇄보다 개별 불법정보에 대한 신속한 삭제·차단,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플랫폼 관리 책임 강화가 먼저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복 게시자 제재, 신고 처리 속도 개선, 재게시 방지, 운영 기준 공개 등도 향후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캡처

미디어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방미심위가 개별 게시물에 대해 삭제나 접속차단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사이트 전체 차단은 운영 목적과 불법정보 비중, 표현의 자유 제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반복적인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성 게시물에 대응할 제도적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한 기업의 부적절한 홍보 문구에서 출발했지만, 일베 폐쇄론과 온라인 혐오 표현 규제 문제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심도 있는 논의를 예고한 만큼, 향후 방미심위와 방미통위의 검토 결과가 온라인 플랫폼 책임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