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목격 장애인 조사 과정에서 해당 시설 관계자를 신뢰관계인으로 동석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자체가 시설 내부 학대 의혹인데도, 시설 관리자급 인물이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공정성과 조사 독립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세종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종북부경찰서는 지난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같은 생활실을 사용한 목격 장애인 A씨를 조사하면서 시설 사무국장을 신뢰관계인으로 동석시켰다.
앞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시설 근무자 2명을 학대 의심자로 지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실제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이뤄진 시설 자체 조사에서 몸짓으로 학대 정황을 표현하고, 특정 직원을 반복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다른 직원들을 지목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했다.
문제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시설 사무국장이 A씨의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했다는 점이다. 반면 진술조력인과 보조인은 참여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 매뉴얼상 신뢰관계인은 장애로 인해 의사 표현이나 결정이 어려운 조사 대상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이나 보호자, 보호시설 관계자 등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학대 의혹이 제기된 시설의 관리자급 인물이 조사 과정에 참여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경찰은 A씨 가족 등 다른 관계인들에게 신뢰관계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 관계자도 신뢰관계인으로 판단해 동석시킨 것"이라며 "가족 등 다른 이들에게 신뢰관계인으로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 수사 규칙은 신뢰관계인이 조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동석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거주시설의 대표 격이자 이해관계인인인 사무국장을 목격자 신뢰관계인으로 동석시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피해자와 목격자가 모두 장애인인 상황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진술조력인을 배치하지 않고 가족에게도 신뢰관계인 동석 여부를 미리 안내하지 않은 것 모두 잘못된 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피해자 가족은 시설 측으로부터 "동생 분이 넘어지거나 부딪혀 멍이 든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갈비뼈와 척추 골절 등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는 현재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