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자녀 특혜채용' 심우정 조사 없이 불기소…고발 1년 만

지난해 의혹 제기…심우정 등 9명 모두 불기소
심우정 딸, 요건 미달인데도 외교부 등 채용 의혹
공수처, 심우정 딸만 조사…"뚜렷한 증거 없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류영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채용 절차 과정에서 일부 문제는 있었지만, 특혜 채용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공수처가 1년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심 전 총장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철희 전 국립외교원장 등 9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정치권에선 심 전 총장의 딸 심모씨가 국립외교원과 외교부의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립외교원은 2024년 인문학 등 분야의 석사학위 소지자나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해당 분야 근무자를 조건으로 기간제 연구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심씨는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연구원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외교부가 공무직 연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를 조건으로 명시했는데, 최종 면접을 본 지원자를 불합격시킨 뒤 다시 공고를 냈다. 새로운 공고에는 응시 자격이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바뀌었고, 조건을 갖춘 심씨는 채용에 응시해 서류·면접 전형을 통과했다.

이 밖에 심 전 총장의 아들은 지난 2018~2019년 한 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부정하게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6월 모두 3건의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심 전 총장의 자택과 외교부, 국립외교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는 심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심 전 총장은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 공수처는 심 전 총장 등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심 전 총장을 불러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수처는 "고발장이 접수되고 가족이 채용됐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피의자이긴 하지만, 관련성이 있어야 조사해야 할텐데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공수처는 심씨의 경력이 석사학위 소지 예정자인데도 학위 요건이 인정된 점, 모두 22개월임에도 국립외교원이 2년 경력으로 계산한 점, 심씨가 기한을 넘겨 낸 경력 증빙 서류를 수용한 점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립외교원이 심씨 등 특정인을 선발하도록 지시하거나 암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석사학위 소지 예정자를 채용한 것은 전례를 참고한 것이며, 심씨 경력을 단순 합산하면 2년이 넘는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외교부 채용의 경우 공수처는 당시 경제 전공자의 채용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이렇다 할 논의 없이 전공 요건이 '국제정치'로 바뀐 정황을 확인했다. 또 채용 담당 직원이 면접 전 심사위원에게 '심씨가 필기 답안을 잘 작성했다'는 취지로 말한 점, 심씨가 석사학위 취득 전 경력을 인정받은 점 등이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하지만 공수처는 채용 담당자들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절차상 문제였으며, 심씨에 대한 특혜 채용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채용 담당자가 심씨에 관한 내용을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면접장에서 그런 대화가 있다는 것을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면서도 "은밀한 장소도 아니고 참관인도 있었으며 심사위원이 의견을 묻길래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다고 해 특혜 채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밖에 심 전 총장 아들의 장학생 선발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심 전 총장 아들과 같은 인문계열 학생 20여 명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는 점에서 특혜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채용 대상자의 경력 서류 관련 사문서위조, 외교부 공무원의 내부 보고 과정에서의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포착해 관련자 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응시 요건을 변경하고 이와 관련해 허위 대응을 한 외교부 공무원의 비위 등에 대해서는 외교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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