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간 합의가 27일 노조의 찬반 투표에서 가결되며 확정 수순인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 파업 국면에서 논란이 된 '천문학적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를 두고 긴급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론을 열고 싶다"며 내달 1일 긴급토론회 개최 계획을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는 아직 미정이다.
단일 기업의 갈등 봉합을 넘어, 이번 사태가 남긴 시대적 화두인 초과이익 분배와 격차 해소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토론회는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 이전에 노동부 주관으로 의제를 선점하고 논의의 출발선을 끊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토론회 이름도 "가칭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 가능성 모색에 관한 토론"이라고 김 장관은 밝혔다.
사회연대임금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이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동정책의 하나다.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그렇게 생긴 재원을 취약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나 복지에 사용하는 분배 정책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렌-마이드너 모델(Rehn-Meidner Model)이 꼽힌다.
김 장관은 "과거 스웨덴의 사회연대 기금 모델을 당장 한국에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 정신만큼은 높이 기려야 한다. 함께 사는 방향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 교섭 과정을 회고하며, 천문학적인 초과 이익 앞에서는 기존의 낡은 문법이나 법적 잣대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번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이성적으로 이론적으로 깊이 성찰하고 그에 대한 해법은 결국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며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이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에 더해 모든 국가와 지역 사회의 덕 아니냐"며 "사회의 지원들이 합쳐져서 이루어졌고, 그 재분배에도 사회적으로 재분배돼야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 그 솔루션은 사회적 대화"라고 했다. 이어 "그렇기에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통해서 저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분배의 방식과 관련해 '초과 세수'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2일 반도체발 구조적 '초과 세수'를 전 국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산 바 있다.
김 장관은 "세금을 빼고, 이자나 감가상각, 판관비 등 재무적 비용을 모두 빼고 남은 순수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며 "정부가 세금을 더 걷거나 직접 배분에 개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차 분배인 조세와 함께 노동시장 내에서의 2차 분배, 즉 원·하청 간 동반성장과 격차 해소 방안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모색해보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이날 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장관은 "나쁜 평화가 좋은 전쟁보다 낫듯이, 당사자 간 합의가 어떤 판결보다 낫다"며 "기술도 노사관계도 제일이라는 삼성답게, 이번 합의 정신에 기초해 협력업체 동반 성장, 지역사회 공헌 등 국민들에게 좋은 제안들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번 초기업 노조 설립과 교섭 난항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통과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SK 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도에 노사 합의를 통해서 이른바 영업이익의 10%를 1 0년간 제도화한 결과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SK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 해주냐라고 하는 항변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며 "그때는 노조법이 개정 되기 전"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전 영업이익의 배분' 요구를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세금도 내기 전에 (이익 배분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은 너무나 타당하다"며 이번 토론회의 방향 역시 세후 순수 이익에 대한 자율적 분배 논의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취임 300일을 넘긴 김 장관은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최저치인 산업재해 사망 사고율 17.5% 감소와 체불액 감소를 꼽았다. 일터에서 다치거나 억울하게 임금을 떼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노동행정의 첫걸음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나아가 정년 연장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 산적한 입법 과제들에 대해서도 노사 양측과의 진정성 있는 비공개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타협점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