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의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사후 계엄 선포문'을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28일 허위공문서작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강 전 실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강 전 실장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에 대한 의사가 전혀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강 전 실장이 작성한 '계엄 선포문 표지'를 공문서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문 표지는 내용과 형식에 비춰봤을 때 대통령이 작성권자이고, 계엄 선포가 헌법 82조에 따라 국무총리, 관계 국무위원 부서와 대통령 서명이 이뤄진 문서로 이뤄졌음을 증명하는 문서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이후 뒤늦게 문서가 작성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관한 부서(副署) 있는 문서 작성은 당해 행위 이전에 이뤄져야 하고 이는 계엄 선포에도 동일하다"며 "계엄 선포 후 작성된 선포문 표지는 허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부서(副署)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함께 서명해 책임을 지는 절차를 뜻한다.
강 전 실장 측은 '내부적 보존 목적으로 작성했을 뿐 허위공문서 작성의 고의와 행사 목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법률상 행위를 문서로 해야 하고 부서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기존 문서가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부적으로 보존할 목적이었다면 기존 문서에 서명해 보관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새로 표지를 작성해 서명하도록 한 것은 표지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열람할 수 있었다거나 달리 피고인의 보관행위만으로 문서 신용을 해할 위협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계엄 표지를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서류손상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문 표지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문서를 폐기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헌법재판소 제출 진술서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승인 아래 표지를 폐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뒤 특검 조사에서는 "사후 보고했다"는 취지로 번복한 데 대해,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대통령 승인 없이 폐기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전 실장 측이 주장한 특검법상 필요적 감형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계엄 선포문 표지를 수기로 작성해 제출하는 등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윤석열·김용현·한덕수의 범죄 규명을 위한 자료 제출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1급 상당의 고위공무원"이라며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이라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발의된 상황에서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윤석열의 사전 지시가 없었음에도 표지 형식을 작성하고 윤석열·한덕수·김용현의 서명을 받은 것을 비롯해 각 범행의 주요 실행행위를 담당했다"며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범행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했고, 문서를 실제 행사하지는 않은 점,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기관 질문이 없었음에도 관련 내용을 진술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전 실장은 2024년 12월 6일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작성해 이를 윤 전 대통령, 한 전 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부서(서명)를 받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