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28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첫 정기변경 결과는 당초 정부와 시장이 공언했던 '지수 고도화'의 종착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핵심은 자율에 맡겼던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을 지수 잔류의 '절대 조건'으로 강제한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이 무더기로 퇴출당하고, 그 자리를 공시 이행 기업들이 채우면서 밸류업 지수는 마침내 '공시기업 100%'라는 순도를 달성하게 됐다.
이번 정기변경의 가장 큰 특징은 20개 종목이 새로 이름을 올리고, 19개 종목이 짐을 싸는 대대적인 '물갈이'다.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지수 리밸런싱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거래소가 예고했던 '3단계 지수 운영계획'이 엄격하게 집행된 결과다. 거래소는 2024년 지수 최초 발표 당시 7개에 불과했던 공시기업 비중을 특별변경과 정기변경을 거쳐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왔다. 그리고 올해 6월 변경을 기점으로 '미공시 기업 전원 배제'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지수에 포함돼 있었으나 끝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현대로템, 효성중공업, LS ELECTRIC 등 19개 사가 대거 편출됐다. 반면 HD현대중공업, SK스퀘어, NH투자증권 등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선제적으로 공시를 진행한 20개 기업이 그 자리를 꿰찼다. 이로써 지수 내 공시기업 비중은 기존 61%에서 100%로 수직 상승했다. 피흡수합병으로 공백이 생겼던 1개 사(HD현대인프라코어)의 자리를 메우며 지수는 다시 100개 종목의 체제를 완성했다.
이번 정기변경은 자본시장에서 '공시 행위' 자체를 강력한 평가지표로 삼겠다는 거래소의 의지가 반영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 대한 '특례편입' 제도다. 거래소는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통해 심의한 결과와 더불어,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지역난방공사와 에스티팜 등을 지수에 특례 편입시켰다.
이들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 700위 이내, 2년 연속 적자 미해당 등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하면 앞으로 2년간 지수 편입이 유지되는 혜택을 받는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과 가치 제고를 모색한 기업에는 확실한 '인센티브(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등)'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아무리 시가총액이 크고 이익을 잘 내는 대형주라 할지라도 밸류업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수에서 배제된다는 강력한 '페널티'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됐다. 실제로 이번 정기변경 이후 밸류업 구성종목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커버리지는 약 54.6%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시장의 절반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덩치'보다는 '가치 제고 의지'에 방점을 찍겠다는 정책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새롭게 진용을 갖춘 '밸류업 지수 2기'는 오는 6월 12일부터 시장에 본격 반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변경이 국내 상장기업들의 공시 참여를 독려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 여부가 지수 편입을 가르는 절대 잣대가 된 만큼, 주주들의 공시 요구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제도 남았다. '공시 100%'라는 외형적 순도는 높였지만, 이들 기업이 내놓은 계획의 '질적 수준'과 '실행력'을 어떻게 검증하고 지수에 환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시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수에 잔류하는 체제가 고착화된다면, 밸류업 지수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처방전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