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육계 "개정 학교안전법, 근본 문제 해결 한계"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로 기소된 현직 교사의 무죄를 촉구하는 교사들. 구본호 기자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강원 교육계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지난 28일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민사상 책임과 형법상(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포함한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학교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교육청 전담팀'이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전담 변호사를 지정, 법률 상담과 소송 대응까지 법적 대응의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현장체험학습부터 학교의 모든 민원을 '학교민원대응팀'을 중심으로 기관 차원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악성 민원은 학교장이 거부 또는 종결처리 한다. 학교에서 대응이 어려운 사안은 교육청이 지원 또는 직접 해결에 나선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안전사고 우려로 학교들이 소풍·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고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로 기소된 현직 교사의 무죄를 촉구하는 교사들. 구본호 기자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교사의 법적 불안과 학교 현장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안전법 개정 방향은 교사가 안전사고관리지침 준수 여부와 고의·중과실이 없었음을 사실상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며 "사고 발생 시 최종 판단은 여전히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체감 불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원교총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사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공소 자체를 제한하는 수준의 '학교안전사고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체험학습 안전사고 뿐 아니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 정당한 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국가와 교육청이 소송의 주체가 되는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장재희 강원교총 회장은 "현장체험학습은 학생 성장과 공동체 교육을 위한 중요한 교육활동이지만, 현재처럼 사고 발생 시 모든 사법적 책임과 행정 부담을 교사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보여주기식 지원 대책이 아니라 교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적 보호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 발표하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전교조 강원지부도 입장문을 통해 "현장 교사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됐지만 교사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례법 제정을 통한 국가 차원의 책임있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학교 현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문제는 사고 발생 시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피의자와 피고인이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과실을 사유로는 수사, 기소, 형사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부 개선안에는 '지원' 계획은 있지만 국가가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내용은 부족하다"며 "학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과실을 사유로 기소와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소송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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