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낮 시간 골프 중계를 틀고 느긋하게 멍을 때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아이들도 덩달아 골프 중계를 본다. 물론 만화책을 보거나, 혹은 게임을 하는 와중 잠깐씩 시선을 주는 정도지만.
평소처럼 TV에는 E1 채리티 오픈이 나오고 있었고, 마침 김서윤2가 화면에 잡혔다.
"아빠, 선수 이름 뒤에 숫자는 뭐예요?"
아이들의 눈은 숫자에 꽂혔다. 간단하게 설명했다. 동명이인이 있으면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 이름 뒤에 숫자를 적는다. 또 여기에 많으면 6, 7까지도 붙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침 김민선7이 중계에 잡혔고, 아이들은 "진짜 김민선7이 있네"라고 웃었다.
"그러면 숫자는 누가 정해요? 나이 순이예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답을 위해 검색을 시작했다. 물론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왕이면 정확하고, 또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경우 입회 순서에 따라 숫자를 넣어 구분한다. 다만 예외도 있다. 예를 들자면 두 명의 김지현은 KLPGA 투어 입회 날짜가 같다. 둘은 동갑내기이기도 했다. 결국 회원 선발전 최종 타수에서 1타 뒤진 김지현이 김지현2로 등록됐다.
입회 순서로 숫자를 붙이지만, 숫자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김민선5는 원래 김민선4가 될 차례였지만, '4'라는 숫자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김민선5로 등록했다. 김민선7도 '6'을 건너뛰고 김민선7을 선택했다. 재미있는 점은 김민선의 경우 현재 4, 5, 6이 없다. 김민선5가 김시원으로 개명했기 때문이다.
이름 뒤에 붙은 숫자가 애칭이 되기도 한다. 이정은6은 '핫식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이정은6의 경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리더보드에도 이정은6로 표기한다. 함께 LPGA 투어 무대를 누빈 또 다른 이정은은 이정은5로 이름이 올라간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조금 다르다. 동명이인이 있으면 이름 뒤에 회원 번호를 붙인다. 대표적인 예가 두 명의 김도훈이다. 둘은 1989년생 동갑내기로, 이름 한자도, 입회일도 같다. 심지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결국 둘은 김도훈752, 김도훈753으로 등록됐다.
세계랭킹을 관장하는 월드골프랭킹(OWRG)의 경우 동명이인 뒤에 출생연도와 월을 붙인다. 다만 예명을 쓸 수도 있어 동명이인을 찾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경우 본명은 엘드릭 톤트 우즈다.
"이정도면 완벽한 설명이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가장 큰 숫자는 몇이예요?"
개인적으로는 '7'까지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KLPGA 투어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일단 가장 큰 숫자는 '8'이었다. 바로 김민지다. 지난해 6월 입회한 김민지가 김민지8로 등록됐다. 다만 김민지 2~4가 없어 5명의 김민지만 등록된 상태다. 현재 가장 많은 동명이인은 6명(등록 기준)의 이정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