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뇌물·횡령 유죄 확정 뒤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란히 국민의힘 지방선거 지원에 나섰다. 보수 결집을 노린 행보지만, 사법적 심판을 받았던 두 전직 대통령이 다시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기류 역시 강하다.
전직 대통령으로 '보수 결집' 기대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31일 오전 부산 수영로교회를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함께 예배 일정 등을 소화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근 대구와 충청, 부산·울산·경남, 강원 등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를 이어왔다.
박형준 후보 측은 "앞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잇달아 부산을 찾아 박형준 후보 곁에 선 것은 분열된 보수를 통합하고, 재건할 적임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사실상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순회 유세를 하고 있다. 공개 정치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그가 선거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탄핵된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을 두고 지방선거 막판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전통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 동행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여기 바닥에서는 중도는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 전통 지지층도 '장동혁 때문에 투표 안 하겠다'는 얘기가 굉장히 많다"며 "선거하는데 '얼굴'이 없으니까 후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서도 "전직 대통령 선거 수단화" 우려
다만 당내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의 선거 지원이 중도층 확장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민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전직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산 지역 한 국민의힘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하는데 특정 진영, 그것도 선거라는 계기에 전면적으로 뛰어드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시작해서 충청, 부울경, 강원까지 당대표급으로 뛰는 건 진영 논리를 떠나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을 계기로 탄핵 부당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동욱 의원도 탄핵을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면서, 일부 세력이 또 박 전 대통령을 숙주 삼아 극우 목소리를 내려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는 우려다.
실제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과연 그 탄핵이 정당한 탄핵이었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유세 현장에 몰린 고령층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명예회복"을 외치며 탄핵 결정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부산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는 게 원칙 아닌가. 삼권분립에 의해 재판부에서 판결을 내린 사건이면 그 판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그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은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던 분들인데, 이런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의 수단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직 권한남용 등으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따라 파면됐고,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뒤 복역하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