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움직임, 미국 선거까지 흔드는 AI 데이터센터 반발[기후로운 경제생활]

미국 10명 중 7명 "내 동네 데이터센터 싫다"
물 사용·전기료 상승, 주민 생활비 민심 직격
인공지능 붐의 역설, 혐오시설 된 데이터센터
펜실베이니아 마을 면적 14% 차지 계획 백지화
의원 전원 낙선 사태도, 선거 핵심 이슈 부상
미국 내 지연·무산된 데이터센터만 9조 원 규모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심상치 않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발.

◆ 홍종호> 제목부터 말 그대로 심상치 않네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님비 현상, 우리 동네 싫다는 움직임이 있다고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님비를 넘어서 아주 적극적인 시민들의 반대 행동이 이어지고 있어요. 데이터센터 짓자고 말하던 지방 의원들이 선거에서 낙선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지역사회 반대로 무산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 산업단지 유치가 화두인 반면,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혐오 시설화되는 현상을 오늘 짚어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했다면,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앞다퉈 지었죠. 우리가 향후 겪을 갈등의 예고편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최서윤> 5월 중순에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를 소개해 드릴게요. 미국인 10명 중 무려 7명이 자기 동네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홍종호> 충격적이네요.


◇ 최서윤> 이유도 살펴볼게요. 환경 문제, 그리고 전기료 문제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넓은 부지를 사용하고, 운영할 때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또 장비를 냉각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물도 필요해요. 이게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 홍종호> 반대 이유 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게 물과 같은 자원·환경 문제였다는 거죠.

◇ 최서윤> 그렇습니다. 데이터센터 반대 응답자 중 절반이 물 같은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미국의 주요 산업이 바로 농업이잖아요.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미국 수자원이 말라간다, 물 부족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던 상황이었어요. 데이터센터가 다수 들어선 텍사스나 애리조나 주가 특히 주민들과 이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 두 주의 주요 산업이 원래 농업인데, 데이터센터가 농업에 필요한 물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 홍종호> 미국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기를 많이 쓴다는 것뿐 아니라 물도 많이 쓴다는 것이 이미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라는 거죠.

◇ 최서윤> 물 먹는 하마였네요.

◆ 홍종호> 애리조나나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미국 농업의 주산지잖아요. 텍사스만 해도 목축이 미국 내 1위, 면화 생산량도 1위 수준이고, 이 산업들이 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죠. 농민들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와 물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가 되는 건데, 당연히 달갑지 않겠죠. 게다가 이미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이니까 더더욱 인식이 높아지는 거고요. 전기요금 부담도 높아지는 상황인데요.


◇ 최서윤> 여기에 우려하는 사람도 20%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주별·지역별로 전기요금이 다르잖아요. 송전망이 혼잡하거나 수요가 몰리는 지역, 수도권 같은 곳은 전력 도매가격이 훨씬 비싸집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일반 주민들이 내는 전기료도 오르게 되는 구조예요.

◆ 홍종호> 미국은 동부·서부·텍사스가 완전히 분리된 계통이에요. 텍사스는 연방 정부 규제를 받지 않겠다며 자체적으로 전력 생산·송전·배전을 하는 완전히 분리된 계통이고요. 지역별로 전력 수급과 연료 공급 상황에 따라 전기요금이 천차만별이라, 미국 전체로 보면 소매 요금이 지역별로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죠. 이런 상황이니까 전기요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최서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심상치 않은 수준인 것 같아요. 작년 말 기준 미국 전체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6%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2024년 대비 2025년에 미국 국민이 더 낸 전기요금이 110달러 수준이었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의 전기요금이 각각 19%,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게 꼭 데이터센터만이 전기요금 인상의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미국은 전력망 노후화 문제도 계속 지적되고 있고, 허리케인이나 산불로 인한 피해도 가격 인상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렇지만 데이터센터는 이 다양한 원인 중 가장 크고 눈에 띄는 요소로 봐야 합니다.

◆ 홍종호> 워낙 산업계에서 핫한 이슈다 보니 미국 국민도 관심을 가질 텐데, 처음엔 우리 동네에 들어서면 좋을 줄 알았다가 따져보니 별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산업 영향, 인플레이션이 슬슬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내 동네에 데이터센터 들어서는 건 부담스럽다, 싫다는 정서가 생기는 거죠.

◇ 최서윤> 맞아요. 일자리,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삶의 질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한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명확한 건 바로 수자원과 전기요금 문제예요. 우리 지역 산업, 그리고 내가 내는 전기료와 직결된 문제니까요. 이러다 보니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 아주 적극적인 거부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한 마을에 엄청나게 큰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돼 있었어요. 계획된 규모만 보면 마을 전체 면적의 14%를 차지해요. 14%를 큰 데이터센터 하나가 차지하는 겁니다. 이 정도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전기 사용량은 상상 이상이고, 물 사용량에 소음공해·빛공해까지 주민들이 받는 환경 피해가 클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모여 건설에 반대했습니다. 거센 반발 때문에 시의회 의원 대부분이 올봄 사임했고, 지금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인사들로 교체됐습니다. 의회가 통째로 바뀐 거죠.


◆ 홍종호> 시골 마을이라 땅값도 상대적으로 싸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최적지라고 판단했겠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예측 못 했던 것 같습니다.

◇ 최서윤> 미주리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의회가 작은 마을에 6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했어요.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올해 4월 초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현직 시의원 4명을 전원 낙선시켰습니다.

◆ 홍종호> 표로 심판했군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당파를 넘어서 지역사회 반대로 멈춰 선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규모로 보면 640억 달러, 우리 돈 9조 6천억 원이 넘는 수준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산업이 붐업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가 언제나 환영받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거죠.

◆ 홍종호>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난감해야 할 상황 같아요.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려면 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하는데,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도 반발이 있는 거잖아요. 곧 11월에 중간선거도 있고요.

◇ 최서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공약이 전기요금 반값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정작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도 올랐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3선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중간선거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지율이 연일 최저 수준을 찍고 있습니다. 고물가가 계속 유지되고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아요. 그래서 백악관에 빅테크 경영진을 불러 모았습니다. 지난 3월에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아마존·오라클·XAI 같은 쟁쟁한 기업 경영자들이 백악관에 모여 납세자 보호 서약이라는 걸 체결했어요.

◆ 홍종호> 지역 주민들 보호하겠다는 얘기네요.

◇ 최서윤> 비용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골자는 데이터센터 비용을 일반 시민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필요한 전력을 기업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시장에서 별도로 구매해서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소비자용과 다른 별도의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서 전력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관련 요금을 부담하겠다,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서약을 백악관이 기업들로부터 받아낸 거죠.


◆ 홍종호> 최 기자 설명 들으니까, 우리나라에서 가끔 있는 일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이 서약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거죠. 단기간에 전기 생산 전문 기업도 아닌 테크 기업들이 그 많은 전기를 어떻게 스스로 생산해 낼 수 있겠습니까? 결국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전기를 공급해야 하고, 그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송배전망도 필요한 거잖아요. 아무리 산업용·가정용 전기요금 체계가 다르다 해도 전체 수요의 영향을 가격은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서약이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요지는 빅테크, 너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면 전기·물 다 스스로 해결하고 주민들에게 부담 씌우지 마라, 뭐 이런 메시지가 백악관에서 나오는 건데, 반응은 어땠습니까?

◇ 최서윤>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응이 딱히 좋지 않았어요. 크게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이 서약을 이행하게 하려면 감독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모든 전력 공급 인프라 개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명시했는데, 이 인프라가 어디까지·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홍종호> 야당인 민주당으로서도 공격거리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아주 좋은 먹거리죠. 민주당은 주택 가격·물가 정책을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공공요금 동결, 유류세 면제 같은 생활비 문제를 이번 지방선거 의제로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생활비 문제가 민주당의 정책이자 동시에 트럼프를 저격하는 무기가 된 거죠. 최근 뉴욕타임스와 뉴욕 시에나대가 발표한 가상 대결에서 오늘 선거가 열리면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인 50%가 민주당을 찍겠다고 밝혔고, 39%가 공화당 후보를 선택해 무려 두 자릿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홍종호> 미국 유권자들의 물가·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네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시 대통령을 이기고 정권을 가져온 게 바이든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를 집중 공격했기 때문인데, 본인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고 민주당이 그걸 공격하는, AI 데이터센터 이슈에서도 이 구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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