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이 나타난 뒤에 대비하면 이미 늦은 대응이 되기 쉽다.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10년에서 20년 전부터 이미 뇌 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뇌 인지 저하를 유발하는 신경 네트워크의 파괴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검사해봐야지', '아직은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 현재 시판 중인 초기 환자 대상의 원인 치료제조차 효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치매융합연구센터장 묵인희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에 출연해 치매 조기진단의 패러다임 변화와 과학적으로 입증된 예방 전략을 전격 공개했다.
'혈액 한 방울'로 진단하는 치매 조기진단 트렌드
그러나 최근 진단 기술은 거대한 트렌드 전환을 맞이했다. 미국 FDA가 혈액 내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 정도를 측정해 질환을 감별하는 '혈액 기반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공식 승인하면서 간편한 혈액 검사의 시대가 예고된 것이다. 묵 교수는 지난 3월 세계적인 AD/PD 학회에서도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인 편리한 혈액 진단 마커 연구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비록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승인이 완료되면 동네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도 큰 부담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묵 교수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이를 도입해 55세 이상 국민이 매년 체크를 받게 된다면 향후 발생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코로나 고립이 증명한 위험, 과학적 예방 매뉴얼 '핑거 프로그램'
묵 교수가 5가지 요소 중에서도 특히 강조한 파트는 바로 '사회적 소통'과 '고립의 방지'였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격리될 때 뇌세포의 퇴화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악화된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강제적인 방역 조치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면서, 가족 간의 모임이나 병문안이 자제되자 경증에 머물던 치매 환자들이 중증으로 순식간에 악화되는 사례가 폭증했다. 묵 교수는 일상 속 예방 관리를 생활화하기 위해 약 복용, 단백질 및 채소 섭취, 독서량, 걸음 수 등을 매일 기록하며 스스로 인지 상태를 자극하고 반성할 수 있는 '일일 체크리스트'를 실생활에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치매 해방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3가지 핵심 실천
결국 치매라는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구하는 첫 번째 열쇠는 골든타임을 붙잡는 '조기진단'이다. 65세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50대 중반부터는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뇌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로 진단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징후가 나타나기 전 미리 자신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적극성이 일상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필수 요건이 되었다.두 번째는 일상의 방어벽을 세우는 철저한 '예방 관리'다. 매일의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균형을 맞춘 식단, 그리고 뇌세포를 굶기지 않는 지속적인 사회적 소통은 뇌 신경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거실 벽에 붙여놓은 체크리스트의 사소한 기록 하나가 뇌의 급격한 노화를 막고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굳건히 유지하도록 돕는 실질적인 무기가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당당히 마주하는 능동적인 '치료와 대응'이다. 원인 치료 신약이 임상 현장에 도입되며 치매는 이제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불치병이 아닌, 통제하고 지연시킬 수 있는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결국 치매 해방의 성패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망치지 않고, 질환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당당히 마주하는 능동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 30년 동안 치매를 연구해 온 묵 교수의 당부처럼, 정확한 지식을 무기 삼아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며 치료에 임할 때 비로소 환자와 가족 모두가 치매라는 공포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