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흔들려도 간다"…과기부, 美中 수준 초인공지능 승부수

중동발 고유가·금리 인상 우려에도 "지금이 공격 투자 시점"
"반도체 생산국이 새로운 OPEC"…AI 풀스택 전략 강조
"AGI 넘어 ASI까지 준비"…에이전틱 AI 시대 본격 대비
"국민 누구나 AI 에이전트 보유"…부의 편중 문제도 화두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기용 기자

중동 분쟁으로 물가가 흔들리고,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오히려 더 공격적인 투자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3월 "내년은 투자를 넘어 결과를 내는 해"라고 예고했던 거시 환경 악화 가능성에도 AI 투자를 늦출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AI 강공 드라이브…"지금이 오히려 공격 투자 시점"


과기부는 지난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지난 1년의 성과와 향후 전략을 설명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지난 1년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약의 시간이었다"며 "연구 현장의 활력을 되찾는 생태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 5천억 원 규모로 편성하고, 기초연구 예산도 2조 7400억 원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R&D 예비타당성 제도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행정서식 90% 이상 간소화도 함께 성과로 제시했다.

배 부총리는 고물가 지속과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매크로 환경이 쉽지 않다는 질문에, 오히려 그럴수록 경제 체력을 키우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R&D 사업들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젝트이고, 그 핵심이 인공지능 기반 기술력과 역량 확보"라며 "(중동) 전쟁 중에도 코스피는 계속 상승했고 반도체 관련 시장은 AI 확산으로 더 호황을 맞았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관련 경제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AI 시대를 '새로운 자원 전쟁'에 비유했다. 그는 "1970년대는 석유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지금은 인공지능 혁명 시대"라며 "산유국 대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OPEC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혁채 1차관도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국 등이 투자를 축소할 때 우리는 오히려 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정부 역시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전략위원회, 자문위, 관계장관회의 등이 유기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조정해 나가면 큰 문제 없이 일관되게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모델만으론 부족"…AX·에이전틱 AI로 확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배 부총리는 특히 AI를 둘러싼 한국의 전략을 단순한 'AI 모델 경쟁'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제조·산업 분야 특화 AI 모델을 만들고 AI 전환(AX)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제는 미국·중국과 같은 수준의 프론티어 모델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정부의 AI 전체 예산이 미국 빅테크 기업 한 곳 투자 규모 수준"이라며 "기술력은 많이 올라왔지만, 그 정도의 인프라 투자를 실제로 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인프라·데이터·인력 투자를 이제는 해볼 수 있고,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로 "GPU 중심 AI 고속도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어 "이제는 GPU가 부족해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며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AI 풀스택' 전략도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한국이 AI 모델뿐 아니라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서비스까지 결합한 풀스택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는 모델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AX 실패율이 80%를 넘는다는 얘기가 많다. 얼마나 빨리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도 AX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며 "실패율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 부총리는 AGI(범용인공지능)와 ASI(초인공지능)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수년 내 AI가 AI를 스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프론티어급 AGI는 물론 초인공지능(ASI)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AI 에이전트를 기업과 정부 부처에 공급해 AI가 AI를 만드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정책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국민 모두 AI 참여"…부의 편중·보안 문제도 과제


AI 시대의 '부(富)'의 편중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배 부총리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특정 부와 편중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민 누구나 AI를 통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최소 한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보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일부 기업과 계층에만 이익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경제 도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AI의 생활화다. 배 부총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그동안 컴퓨터 안의 기술에 머물러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려웠지만,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떼고, 은행 업무를 보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들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변화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정책 역시 이런 흐름을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해당 AI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무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2028년까지는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이라면서도 "그 이후에도 100% 재정 지원으로 갈지, 기업들과 공동 투자 방식으로 갈지는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와 보안 문제도 언급됐다. 배 부총리는 "사이버 보안 관점에서 여러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고, 한국 역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AI 보안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앤트로픽(Anthropic)의 AI 안전 프로그램인 '글래스윙(Glasswing)' 참여 여부 자체를 AI 안보 경쟁력의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유사한 프로그램과 테스트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독자 AI 기술 기반의 보안 주권과 제로트러스트 기반 보안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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