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성과가 가계 소득 증가나 고용 확대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하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상반기 0.3%, 하반기 1.7%에서 올해 1분기 3.6%로 크게 뛰었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산업이다.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수출이 급증했다.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7.8%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은 무려 139.1% 급증했다.
반면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율은 0%대에 머물렀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은 월평균 462만 8718원으로, 1년 전보다 0.4% 증가했다.
전체 소득은 소폭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고, 근로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로는 상위 계층의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소득 격차도 확대됐다.
상·하위 20%인 소득을 비교하는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았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이 4.2% 늘어났지만,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생산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성장 편중이 뚜렷했다. 전체 제조업 생산은 완만한 증가에 그친 반면 반도체 생산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고용 효과는 더욱 제한적이었다. 반도체 생산이 크게 늘었지만, 해당 산업의 일자리 증가율은 1%대에 그쳤다. 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제조업의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17만 2천개로 1년 전보다 3천개(1.9%) 늘어난 수준이었다. 지난해 반도체 제조업 생산이 12.8%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일자리 증가는 이에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제조업의 임금 근로 일자리 수는 전체 제조업 임금 근로 일자리(430만 7천개)의 4.0% 정도였다.
반도체 산업은 고도 자동화된 설비 중심 구조로 인해 생산 증가가 고용 증가로 직접 이어지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자본 집중적 산업 특성상 노동자보다 자본의 영향이 크다는 취지다. 또한 관련 협력업체가 광범위하게 연결된 자동차 산업과 달리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생산과 수출에 집중되고 있으며 가계 소득과 고용 전반으로의 확산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을 발굴하거나 기술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들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도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핵심성과를 보고하면서 "실용과 성과 원칙을 중심으로 경제 대전환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