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으로 밀려난 청년들…'은둔'은 어떻게 삶이 됐나

강지윤·양민희 '은둔하는 청년들'
54만 고립·은둔 청년의 목소리로 본 무한경쟁 사회

노컷뉴스 제공

방 안에는 수십 장의 이력서와 밀린 월세, 다 쓰지 못한 일기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가 남아 있었다. 한때는 학교에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고, 누군가와 밥을 먹던 청년의 삶은 어느 순간 문 안쪽으로 접혀 들어갔다. 노컷뉴스 강지윤·양민희 기자의 '은둔하는 청년들'은 바로 그 닫힌 방문 앞에서 시작하는 탐사 기록이다.

책이 만난 청년들은 처음부터 세상과 등을 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학교와 가정에서 폭력을 겪고,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취업 준비가 길어지고, 일자리를 잃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며 조금씩 밀려났다. 저자들은 "자칫하면 나도 은둔청년이 될 수 있겠다"고 느낀 두 청년 기자의 시선으로, 고립과 은둔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낭떠러지 위의 '징검다리 게임'에 가깝다고 말한다.

2024년 확인된 은둔청년은 54만 명이다. 청년 스무 명 중 한 명이 2년 넘게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책은 숫자보다 숫자 바깥에 있는 삶에 더 오래 머문다. 가족 울타리 안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들, 도움을 청하기 전에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부터 떠올리는 청년들, 실패를 설명할 언어를 갖지 못한 청년들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자들은 청년 고립의 뿌리를 '요람부터 무덤까지' 이어지는 경쟁에서 찾는다. 대학 입시, 취업 준비, 직장 생활을 통과하는 동안 청년들은 목표와 무관한 것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단련한다. 요리와 청소, 빨래 같은 자기돌봄은 뒤로 밀리고, 쉬는 일조차 게으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버티다 멈춰 서는 순간, 청년은 실패의 원인을 사회보다 자기 안에서 찾는다.

고립·은둔을 이겨낸 청년들이 노숙인들과 그룹홈에서 보호받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책은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도 다시 묻는다. 쉬고 있다는 이름과 달리, 청년들은 쉬지 못한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불안정 노동에 매달리면 '못 쉬었음 청년'이 되고, 그나마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면 그 시간마저 쉬지 않고 달리는 '쉬었음 청년'이 된다.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과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간극은 이미 개인의 노력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책의 가장 선명한 진단은 '풍요로운 고립'이다. 배달앱으로 밥을 먹고, 온라인으로 세상일을 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에서 혼자 사는 일은 예전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편리함은 관계를 대신하지 못한다. 책은 "내가 쓰러졌을 때 119를 불러줄 이웃도,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해줄 동료도 없는 사회"를 우리 앞에 놓는다.

가족도 안전한 울타리로만 남지 않는다. 은둔이 길어질수록 가족은 돌봄의 무게를 견디다 지치고, 청년은 기대와 압박을 감당하지 못해 더 깊이 숨는다. 끝내 은둔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가족 전체의 단절로 번질 수 있다. 책은 이를 '동반 몰락'의 위험으로 짚는다.

은행나무 제공

저자들이 비판하는 것은 청년을 다시 '건강한 노동력'으로 고쳐 사회에 편입시키려는 좁은 정책 시야다. 책은 은둔청년에게 사다리 몇 개를 내려주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한두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서른이 넘어도 마흔이 되어도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다.

'은둔하는 청년들'은 방 안의 청년을 밖으로 끌어내자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다. 왜 그렇게 많은 청년이 방 안으로 밀려났는지, 왜 그 문을 두드리는 일이 이토록 늦었는지 묻는 책이다.

저자들은 고립청년을 돕는 일이 시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사회적 보험'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성취자가 내일의 낙오자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능력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힘이라는 것이다.

강지윤·양민희 지음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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