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막판 판세를 흔들었던 '후보 단일화'가 이번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별다른 변수로 부상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던 주요 격전지마다 후보 간 이해관계와 명분 싸움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잇따라 무산되는 기류다.
다만 본투표 전날까지 후보 사퇴나 지지 선언 방식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지막 변수로서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남·조국, 박민식·한동훈 막판까지 거센 신경전…단일화 무산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 전망으로 가장 주목받은 곳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다. 이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조국혁신당 조국, 진보당 김재연,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가 맞붙는 다자 구도 속에서 막판까지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레이스 내내 주요 후보들이 여론조사상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 진영 내부의 표 분산 여부가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혔다. 그러나 후보 간 주도권 싸움과 정치적 셈법이 엇갈리면서 사전투표 전 단일화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특히 범여권 후보들 사이의 신경전이 당대당 다툼으로 번지는 등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단일화 논의 테이블이 아예 가동되지 못하기도 했다. 조국 후보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이미 민주개혁진영이나 수구보수진영이나 단일화는 종료된 상태"라며 "단일화는 이미 끝이 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비슷한 흐름이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 간 보수 단일화 여부가 선거 막판까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무산되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단일화는 결단코 없다"며 삭발식까지 단행하고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한 후보는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박 후보 탓으로 돌리며 "시민들께서 보수 진영 후보를 저로 단일화해달라"고 호소했다. 각자 완주를 전제로 한 지지층 결집 경쟁으로 바뀐 셈이다.
오히려 단일화 논의가 상호 공방의 소재로 옮겨붙기도 했다. 박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구걸하다 거절당하니" 자신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 후보는 "박 후보를 찍는 표는 단순한 사표(死票)가 아니라 민주당 하정우 후보 돕는 표"라고 맞섰다.
이론상 본투표 전날까지도 단일화 가능…극적 불씨 살아날까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진영별로 단일화의 명암이 엇갈렸다. 범여권 진영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진보당 김종훈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가 막판 극적으로 성사된 반면, 범야권 진영에선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와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사전투표일 직전 진보당 전희영 후보가 민주당 김경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막판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미 출력된 사전투표용지에는 전 후보 이름 옆에 '사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특히 전 후보 사퇴는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의 양자대결로 좁혀졌는데, 지난 18~19일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진행한 무선 ARS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44.8%, 박 후보 43.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고, 사퇴한 전 후보 지지율은 2.2%였다.
※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응답률 6.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통상 사전투표 전까지를 사실상의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본다.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혀 나오는 것은 물론, 단일화 효과가 유권자 인식에 확산되는 데에도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늦어질수록 파급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표' 논란도 부담이다.
다만 단일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본투표 전날까지 후보 사퇴 및 지지 선언 등을 통한 막판 연대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제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재외국민 투표와 선상투표가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후보직을 사퇴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이룬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