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라고는 맞지 않는 무법자 셋이 멸망 직전의 행성에 불시착한다. 오준석의 데뷔 장편소설 '더 셋(THE 3ET)'은 현상금 사냥꾼 두 명과 그들이 쫓던 수배범 한 명이 뜻하지 않게 한 팀이 되면서 벌어지는 SF 우주 활극이다.
모든 일을 계획대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현상금 사냥꾼 하푼, 본능과 욕망대로 움직이는 충동적인 마쉬, 그리고 막대한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 테이저맨.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 인물은 추격 끝에 초공간 도약에 휘말리고, 함께 정체불명의 행성으로 워프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다마저 말라붙은 황량한 사막, 그 한가운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함선의 잔해가 놓여 있다.
소설은 생존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배신을 반복하는 세 인물의 관계를 버디 무비처럼 밀고 간다. 낯선 행성 탐사, 밀폐된 우주선 안의 전투,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공포가 맞물리며 SF와 액션, 호러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를 한데 엮는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행성은 끝없는 성장과 확장을 좇는 탐욕의 은유로도 읽힌다. 바다까지 말라붙은 세계 한가운데에는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행성 전체를 잠식한 거대한 나무 형태의 괴생명체가 자리한다. 자신의 존속조차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팽창을 멈추지 않는 존재다.
오준석 지음 | 황금가지
딸기밭의 이주 여성, 세상을 다시 읽다
"삶이 무엇이든 나는 그걸 원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딸기밭으로 와 딸기를 따."
김숨의 새 장편소설 '딸기 이론'은 한국의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인 여성 노동자 샤빼의 목소리로 쓰인 소설이다. 전쟁과 디아스포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동자와 시각장애인의 삶을 다뤄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자리로 시선을 옮긴다.
소설은 한 통의 긴 편지처럼 전개된다. 샤빼는 캄보디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보파를 '너'라고 부르며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은 7년째 같은 방에서 지내지만 언어가 달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샤빼는 보파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고향의 전쟁, 동료들의 삶과 죽음, 딸기밭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작품 속 딸기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다. 딸기는 돈이 되고, 돈은 총알과 지뢰가 된다. 딸기는 가난한 나라의 여자애들을 이주 노동자로 불러 모아 묶어 두지만, 딸기를 따는 손은 다른 노동하는 손들을 향해 넝쿨처럼 뻗어간다.
샤빼는 한국어를 익히며 세상을 다시 정의한다. 그는 '아름다움' 대신 '보지 못한 데서 생겨난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모름다움'이라는 말을 만든다. 한국어를 몰라야 사장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자기만의 언어로 세계를 해석한다.
'딸기 이론'은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딸기밭에서 한 여성이 노동과 국경, 생명과 폭력의 의미를 더듬어 가는 소설이다.
김숨 지음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