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방송사들이 개표방송 경쟁에 돌입한다. 지상파 3사(KBS·MBC·SBS)는 공동 출구조사와 대형 스튜디오, 인공지능(AI)·증강현실(AR)·확장현실(XR) 기술을 앞세우고, JTBC는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예측조사를 발표한다.
이번 선거의 첫 승부 윤곽은 투표 마감 시각인 3일 오후 6시에 드러난다. 지상파 3사는 한국방송협회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를 통해 전국 595개 투표소에서 출구조사를 실시한다. 사전투표자 예측을 위해 2만8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도 병행한다. 관심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출구조사 결과는 3일 오후 6시 KBS·MBC·SBS 개표방송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JTBC는 같은 시각 개표방송 '우리의 선택'에서 16개 시도지사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일부 관심 지역의 자체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상파 공동 출구조사와 JTBC 예측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에 얼마나 근접할지가 선거 당일 초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JTBC는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에서 지상파 공동 출구조사보다 적중 수치가 실제 수치에 근접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개표방송의 볼거리 경쟁도 치열하다. KBS는 개표방송 사상 처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무대로 삼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일대에 특설무대 'K존'을 조성하고, 박물관 중심의 '거울못'을 민심을 비추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한다. 지역 유물과 문화유산, AI 기반 사극 영상 등을 활용해 지방선거 결과를 지역의 역사와 지방자치의 맥락 속에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KBS 메인 스튜디오에는 너비 30m, 높이 7m 규모의 초대형 LED 'K월'이 설치된다. 크레인캠, 무선조종 카메라 등 특수 촬영 장비와 AI·3D 그래픽을 결합해 전국 투표율, 지역별 개표율, 후보별 득표 흐름을 시각화한다. 초접전 지역 판세는 AI로 만든 사극 영상으로도 소개된다.
MBC는 대형 LED와 AR 그래픽, 화제성 있는 출연진을 전면에 내세운다. 가로 33.7m, 높이 6.5m 규모의 메인 LED와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정육면체형 LED 큐브 '큐브M'을 활용해 개표 상황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다시 쓰는 훈민정음', '다시 보는 코리아, 우리의 1년' 등 생성형 AI와 컴퓨터그래픽을 접목한 데이터 포맷도 선보인다.
MBC가 준비한 코너 가운데는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씨가 출연하는 '서울 살래 충주 살래'가 눈길을 끈다. 김씨는 과학 유튜버 궤도, 방송인 파비앙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선거의 의미를 친숙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MBC는 여론조사 분석 코너 '여론M', 실시간 개표 데이터 분석 코너 '터치M', 당선 확률 예측 프로그램 '적중 2026'도 가동한다.
SBS는 오픈AI코리아와 협업해 AI를 개표방송 전면에 배치한다. GPT-5.5 기반 선거 데이터 분석 코너 'AI 상황실'을 운영하고,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팀이 개발한 당선 확률 모델을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로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SBS의 대표 개표 그래픽인 '바이폰'에는 처음으로 XR 기술이 적용된다. 후보들이 '초인'이 되기 위해 수련하고 대련하는 '초인을 찾아서', 공공장소의 빌런을 응징하는 'K-빌런 헌터스', 숏폼 문화를 반영한 '국회 챌린지' 등 온라인 화제성을 겨냥한 콘텐츠도 준비했다.
라디오와 유튜브 기반 개표방송도 특집 체제에 들어간다. MBC 라디오는 선거 당일 표준FM과 유튜브 채널 'MBC 라디오 시사'를 통해 '선택 2026'을 편성하고, 저녁 7시부터 유튜브 채널 '매불쇼' 진행자인 최욱이 진행하는 개표 특집 '최욱의 라이브룸'을 새벽 1시까지 생중계한다.
TBS와 한겨레신문은 공동으로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동 개표방송 '2026 시민의 선택 시·선'을 한겨레·TBS 유튜브 채널과 TBS 라디오·TV로 동시 송출한다.
방송사들이 박물관, 유튜버(인플루언서), AI, 스포츠 그래픽까지 동원하는 것은 선거 정보 자체가 포털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단순히 숫자를 전달하는 것보다, 그 숫자가 어떤 지역 민심과 정치 지형 변화를 뜻하는지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기술력이 화제성이 되는 시대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이색 선거방송을 눈여겨 볼 정도다.
3일 밤 개표방송은 지방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정치 이벤트이자, 방송사들의 기술력과 콘텐츠 감각이 맞붙는 또 하나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