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8시 55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 전면의 대형 전광판에는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코스피 종가 '8788.38'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전날 뉴욕 증시가 '전약후강'의 모습을 보이며 소폭 상승했다는 소식에 20여명의 딜러들 사이에선 장 시작 전 가벼운 담소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딜링룸 한켠에선 사상 첫 '9천 포인트' 돌파를 대비해 숫자 '9천' 모양의 초록빛 은박 풍선에 바람을 넣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딜링룸을 가득 메운 국내 취재기자 10여명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역사의 순간을 앞둔 설렘에 가까웠다.
오전 9시 정각, 장이 열리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08% 오른 8883.19로 출발하더니, 개장 직후 거침없이 8933.62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초의 '8900선 돌파'. 전광판 숫자가 거침없이 바뀌자 취재진들 사이에선 "진짜 9천 가나 보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9천선까지는 불과 66포인트 남짓. 풍선을 들고 포즈를 취하려던 직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기쁨은 찰나였다. 역사적 고점을 찍은 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11시쯤, 딜링룸 안에는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상선을 순항미사일로 타격했다는 속보가 단말기를 뒤덮자 지수는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8900을 찍었던 지수가 순식간에 8738대로 꺾이더니, 급기야 8600선과 8500선마저 붕괴되며 장중 8503.12까지 밀려 내려갔다. 고점 대비 무려 430포인트가 눈앞에서 증발하는 순간이었다.
숫자가 파랗게 물들자, 은박 풍선을 들고 9천피 돌파 퍼포먼스를 준비하려던 직원들은 전광판 앞에서 퇴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카메라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딜링룸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결국 전날보다 12.1원 오른 1516.4원까지 치솟으며 외국인의 탈출 러시를 자극했다.
지옥과 천국을 오간 롤러코스터 장세를 지탱한 건 결국 '개미'들이었다. 외국인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6조6095억원어치의 폭탄 매물을 쏟아내며 18거래일 연속 투매를 이어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무려 6조3473억원의 순매수로 맞불을 놓으며 지수를 바닥에서 꾸역꾸역 밀어 올렸다.
오후 들어 중동발 리스크가 다소 진정되고 장중 삼성전자가 메타를 제치고 글로벌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수도 장마감 전 기적적으로 낙폭을 회복했다. 방한을 앞둔 젠슨 황 발(發) 종목들도 강세를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의 '깐부 회동' 기대감에 LG전자, NAVER는 어제에 이어 이날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딜링룸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8801.49.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다시 갈아 치운 신기록이었다. 사상 첫 '장중 8900선 돌파'와 '장중 3%대 폭락', 그리고 결국 '최고치 마감'을 찍으며 코스피는 이날도 역대급 변동성을 보여줬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총 7793조원을 기록하며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로 올라섰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단기 과열 부담과 상승 피로 누적으로 차익 매물이 출회되면서 한동안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