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6억' 성과급 지급이 대기업 노조들의 하투(夏鬪)로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노조들이 '10만 대오 공동 투쟁'을 예고했다.
미래차 전환,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과 더불어 삼성발(發) 성과급 충격파가 현대차그룹 노조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38개 공동 전선…"수직 서열화 타파"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차지부를 중심으로 10만 투쟁 조직화를 위한 논의가 다음주 시작한다.이번 연대에는 현대차와 기아를 필두로 현대모비스 산하 지회들,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핵심 제조·공급망을 구성하는 38개 지회가 참여한다. 이들 조합원수는 총 8만7419명이다.
이들은 "수직 서열화를 통한 노동자 차별을 철폐하라"며 사측을 향한 단체 행동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38개 지회가 일제히 세(勢)를 결집해 현대차 수준의 파격적인 보상과 처우를 계열사들도 관철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기아 노조 측은 연쇄 총파업이나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노조 측 관계자는 "공동 의제를 갖고 당사 별로 교섭을 하는 형태로 진행하되 의견 접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동 투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공동 투쟁을 하기로 하면 쟁의 행위를 하는 형태로 결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아 노조를 중심으로 8일 일단 공동 투쟁 본부를 어떻게 꾸릴지 논의에 착수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노조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정의선 회장에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교섭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약 3조 원)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에 더해 상여금 8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정성을 상쇄하기 위해 주 4.5일 근무제도 주장하고 있지만,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연간 16만 대의 극심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루 평균 6000대를 찍어내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 속도를 고려하면, 주 4.5일제 시행 시 무려 '한 달 치'에 달하는 자동차 생산량이 고스란히 날아간다는 논리다. (관련 기사: 삼전 노사합의에 골치 아픈 현대차…6년 무분규 기록 이을까)
옆집이랑 우리집 다르지만…흠집 난 '맏형' 자존심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공동 투쟁 논의에 대해 노사 갈등이 심화했다기보다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에 뒤따른 박탈감, 그리고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연대로 보고 있다.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협상이 IT·게임 업계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노사 협상의 베테랑으로 통하는 현대차 노조가 뒤처질 수 없다는 자존심 싸움에 불이 붙었다는 것.
다만 현대차그룹 노조 역시 무리한 파업이 생산 차질과 협력사 타격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아는 만큼 공동 투쟁 역시 압박 전술에 가깝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50%가 넘어가지만 완성차 업체는 그럴 수가 없는 구조"라며 "여태까지 현대차그룹 노조가 그래왔고 삼성전자도 그랬듯이 현금과 자사주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별, 기업별로 영업이익률과 원가 구조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은 초기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끝내고 난 뒤 공정 과정만 따르면 고부가가치 칩을 찍어내는 구조라 비용 대비 마진(영업이익률)이 쉽게 30~50%를 넘나든다. 반면 완성차 산업은 차량 한 대를 만들 때마다 수만 개의 부품 원가, 막대한 전·후방 공급망 유지비, 수만 명의 노동 집약적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아무리 업황이 좋아도 영업이익률이 10%대 안팎에 머무는 구조다.
서강대 김용진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을 성과급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크지만, 그동안 개인의 기여도나 성과를 측정할 투명한 기준이 없었던 만큼 노사 모두 납득할 지표가 영업이익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부터 사업의 특징에 따라 영업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