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보 한눈에…공정위, '기업집단 건전성 지수' 개발 검토

공정위,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및 지표개발 연구용역 발주
소유·지배구조·내부거래 종합 평가…복잡한 대기업 건전성 지표 한눈에
지수 가중치 따라 유불리 나뉘어…업종별 특성 미반영시 '낙인'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업집단 건전성 지수' 개발을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집단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보여줘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일 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자의성 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개발 및 활용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업집단의 건전성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정량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공정위는 총수일가 경영참여, 내부지분율, 국외계열사 출자, 총수일가 신주 취득 등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및 행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기업집단 전반의 건전성을 한 번에 포착하기 어렵고, 정보공개를 통한 시장압력 만으로 구조·행태 개선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봤다.

이에 기업집단 전반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정량지표를 개발해 시장에 보다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표를 활용한 평가체계와 정책환류 방안도 함께 연구해 기업집단의 자율 개선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향해야 할 기업집단의 모습을 제시한다.

공정위는 해외사례와 정부·학계·업계 등 각계 인터뷰를 통해 기업집단의 건전성을 대표할 수 있는 개념을 도출할 계획이다. 건전성 개념에는 소유권 분산, 소유와 지배구조의 일치, 지배구조의 독립성, 주주 전체를 위한 경영 행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한 세부 변수도 개발한다. 주식분산도, 이사회 내 독립 선임이사 비중, 순환출자 여부, 내부거래 비중, 총수일가 주식 보유 비중 등이다.

특히 공정위는 각 변수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가중평균 등 방식으로 기업집단 건전성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단일 지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여러 항목을 따로 확인해야 했던 기업집단 정보를 하나의 지수로 보여주겠다는 취지이다.

지수가 개발되면 일반 투자자와 시장 참가자가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상 위험요인을 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 내부거래 비중, 순환출자 여부 등 개별 항목을 따로 봐야 했던 기존 정보공개 방식보다 직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공정위는 금융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집단 지배구조 평가 등 유사 사례를 참고해 평가방법과 인센티브 등 활용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집단의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를 하나의 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의 자의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내부거래 비중, 총수일가 지분율, 이사회 독립성, 순환출자 여부 등을 모두 평가항목에 넣더라도 어떤 항목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비중에 높은 가중치를 두면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은 집단의 점수가 낮아질 수 있고, 총수일가 지분율에 가중치를 둘 경우 지분 구조가 집중된 집단이 불리해질 수 있다.

각 지표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한 기업집단이 이사회 독립성은 높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거나, 총수일가 지분율은 낮지만 계열사 간 출자구조가 복잡한 경우 최종 점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업종별 특성과 사업모델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특정 기업집단을 줄 세우거나 낙인찍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재료 조달부터 제조·물류·판매까지 계열사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한 업종은 내부거래 비중이 구조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계열사 간 거래 필요성이 낮은 업종은 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업종 특성을 보정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직계열화까지 부정적 지표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비중, 국내외 계열사 구조, 지주회사 전환 여부 등에 따라서도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집단마다 성장 과정과 지배구조 개편 단계가 다른데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면 '건전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순위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표가 실제 지배구조 개선보다 산식에 맞춘 '점수 관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기업집단이 점수를 높이기 위해 독립 선임이사 비중을 형식적으로 늘리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만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표상 수치는 개선되더라도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갖췄는지, 계열사 간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등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은 오히려 소홀해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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