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신대학교가 최근 정치신학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신학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제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극우 정치 흐름 속에서, 약자의 해방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여는 이른바 '반란의 신학'을 모색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한신대학교 정치신학 국제 컨퍼런스의 화두는 '반란의 신학'과 민주주의의 미래였습니다.
발제자들은 오늘날 '반란'이라는 말이 폭동·폭력, 극우 정치와 먼저 연결되지만, 원래 반란은 굳어버린 정치·종교 질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다른 세계를 여는 신앙의 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불의와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질서에 도전하는 '반란'이야말로 신학이 해야 할 일이며, 오늘의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내는 출발점이라는 겁니다.
미국 레바논밸리대학교 제프리 로빈스 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극우 정치가 종교 언어와 결합해 스스로를 '체제에 맞서는 반란'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특권과 위계를 되살리려는 복원 정치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예제 폐지와 노동·민권·여성 참정권 운동처럼 민주주의를 넓혀 온 역사적 운동들은 당시에는 무질서하고 위험하다고 비난받았지만, 결국 숨겨진 불의를 드러내고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로빈스 교수 / 미국 레바논밸리대학교]
"과거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정치는 오늘의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반란'은 미래를 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것을 향한 결단입니다. 기존의 위계질서에 도전하는 풀뿌리 운동은 종종 무질서하거나 위험한 것으로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란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말하는 '평화'는 사실 '관리된 불의'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중앙아칸소대학교의 클레이튼 크로켓 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12.3 내란 사태까지, 부정한 권력에 맞선 시민들의 봉기의 역사로 읽어냈습니다.
특히, 폭력과 희생의 기억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낸 한국의 경험이 전 세계 극우화 흐름 속에서 중요한 희망과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클레이튼 크로켓 교수 / 미국 중앙아칸소대학교]
"(한국의 역사에는) 군사 정권에 맞선 일련의 '반란'이 이어져 왔으며, 이는 저항과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해줍니다.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구할 수 있을까?' 지난 2024년 12월의 '친위 쿠데타' 사태에서 우리는 과거가 현재를 계엄령으로부터 구하고,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밖의 여러 항쟁에서 희생된 이들은, 살아 있는 이들이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실제로 막아냈습니다."
원광대학교 허남진 교수는 한국교회의 극우화 현상이 단순히 일부 목회자의 일탈이 아니라, 해방 이후 냉전 반공주의와 한국전쟁의 트라우마, 군사독재, 민주화 이후 신자유주의와 사회 양극화가 겹쳐 형성된 일종의 '정치 종교'의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허 교수는 극우 개신교가 민주주의를 방어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다원주의와 공존 가능성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앙의 언어로 정치적 적대와 혐오를 반복 재생산할 때, 교회는 약자의 편에 서는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극우 정치의 동원 기지로 전락한다는 비판입니다.
[허남진 교수 / 원광대학교]
"극우 개신교는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 아니라 냉전 질서의 복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와 적대의 정치가 아니라, 상호의존성과 공생의 정치이며,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행성적 민주주의'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학자들은 극우 정치와 종교의 결탁이 거세게 비판받는 현실 속에서, 다시 약자와 타자를 위한 신앙의 길을 되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여는 신학의 과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