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가 깨운 부산 민심, 투표율 62.1% 폭등 '역대급 결집'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3일 부산 수영구 생활문화센터 2층에 마련된 광안2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부산 지역 유권자들이 매서운 투표 열기로 응답했다. 부산지역 최종 투표율은 4년 전 지방선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폭등하며 뜨거웠던 민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잠정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전체 유권자 285만 7335명 가운데 177만 5578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 62.1%를 기록했다. 통상 인구 고령화와 정치적 효능감 저하 등으로 지방선거에서 전국 평균을 밑돌거나 정체 흐름을 보이던 부산의 투표 열기가 이번에는 전국적인 흐름을 견인한 셈이다.

특히 처참한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제8회 지방선거(49.1%)와 비교하면 무려 13.0%포인트나 급상승한 수치다. 지역 정가조차 예상치 못한 '역대급 결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사적으로도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6.2%) 이후 31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 같은 투표율 폭등의 진앙지는 단연 야당의 강세 지역이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낙동강 벨트'의 핵심, 북구였다. 북구 유권자 23만 2141명 가운데 16만 2904명이 투표장을 찾았다. 최종 투표율은  70.2%를 기록하며 부산 16개 구·군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에서 단일 기초자치단체의 투표율이 70%를 돌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구갑 지역이 이번 선거 전체의 판세를 가를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면서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화력전이 벌어졌고, 이에 위기감과 효능감을 동시에 느낀 여야 지지층이 사활을 걸고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낙동강 벨트' 전체가 균일하게 끓어오른 것은 아니었다. 북구(70.2%)와 강서구(62.2%)가 부산 평균을 웃돌며 전선의 최전방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반면, 또 다른 낙동강 벨트 축인 사상구(61.0%)와 사하구(59.5%)는 부산 평균을 밑돌며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대신 투표 열기는 여야 간의 또 다른 치열한 본진 싸움이 벌어진 격전지들로 옮겨붙었다. 전통적으로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연제구(64.1%), 동래구(63.6%), 남구(62.9%), 금정구(62.8%) 등이 차례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부산 전체의 열기를 뒷받침했다.

반면 거대 양당의 전선에서 비교적 비껴나 있거나 격전지 분류에서 제외됐던 중구(59.1%), 부산진구(60.2%), 영도구(60.4%)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내밀며 지역 내에서도 확연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부산의 이 같은 '투표율 반전'은 단순한 참여 확대를 넘어, 중앙 정치의 압축판으로 변모한 지역 민심의 매서운 경고라는 분석이다. 선거 막판까지 이번 부산 선거가 전국적인 최대 승부처로 급부상하면서,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 여야 중앙 정치의 전면전이자 자존심을 건 대리전으로 격상됐다.

이 과정에서 전국적 주목도가 최고조에 달하며 발생한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가 여야 지지파를 투표장으로 전례 없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고, 결국 역대급 투표율을 견인한 결정적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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