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밤 9시가 넘은 시각까지 투표가 이어지면서 야당의 개표 중단 및 선거 연기 요구를 자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9시, 과천 청사에서 허철훈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열었다.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 파악 결과, 이날 오후 6시 20분 기준 서울 지역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됐다. 송파구에서만 가락2동, 잠실2·4·7동, 문정2동 등 12개 투표소, 이어 강남구 청담동 1곳, 광진구 구의3동 1곳에서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의 경우, 용지 조달과 마감 절차가 지연되면서 밤 9시가 넘어서까지 투표소 운영이 지속되는 파행을 겪었다. 현장에서는 투표를 하지 못하고 대기하던 유권자들이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등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선관위의 무리한 '수요 예측 실패'로 드러났다.
허철훈 사무총장 기자회견에 동석한 선관위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본투표 유권자 수의 50% 분량만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시인했다. 사전투표율과 과거 투표율을 고려해 구·시·군 선관위 의결로 인쇄 매수를 줄였으나, 특정 투표구에 본투표 유권자가 예상보다 대거 몰리면서 감당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선관위는 사태 인지 즉시 일련번호가 없는 예비용 '무번호 투표용지'에 현장 직원이 수기로 번호를 기입해 긴급 수송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번호 체계가 일치하지 않는 용지가 배부되면서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잠실7동 등 일부 현장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등이 찾아와 선관위의 마감 방식에 강력히 항의하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권도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은 투표 관리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며 '서울 지역의 개표 즉각 중단'과 '선거 연기'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허 사무총장은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사태는 향후 당락 결정 이후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몇 표 차이로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승패가 갈리는 지방선거 특성상, 용지 부족으로 대기하다가 발길을 돌린 유권자가 몇 명만 나와도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간 유권자들로 인해 승패가 바뀔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선관위는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며, 향후 소송 절차 등을 통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