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3高' 성공의 비용이 내밀 서민경제 청구서

3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논란이 남았지만 일단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선거 이면에서는 불안의 불씨가 튀어 올랐다. 환율이다.
 
3일 밤 원달러 환율은 1530원을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수준이다. 1500원대 환율이 13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금융위기 말미였던 2009년 2~3월의 11일거래일 연속 기록은 깨진 지 오래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팔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외국인은 18거래일 동안 60조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골드만삭스는 3일 코스피 지수가 1만 2천까지 간다고 했지만,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이다. 2일에도 8900선을 터치한 뒤 8500선까지 주저앉았다가 다시 오르는 것을 반복하는 급등락 장세가 펼쳐졌다. 이렇게 변동성이 크다 보니 올해 들어 프로그램 매매가 일시정지되는 사이드카가 20차례나 발동됐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26회)에 벌써 근접했다. 골드만삭스도 코스피 목표치를 올려 잡으면서도 시가총액의 절반인 삼전닉스, 투기적 투자 증가 등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을 약점으로 명시했다. 증권사에서 빚을 얻어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는 사상 처음으로 38조원을 돌파했다. 주식 급락으로 담보 비율을 맞추지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도 한 달 사이 3배나 급증하며 8천억원에 육박하는 등 투기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희생자는 대부분 포모(FOMO)를 못이겨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다.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한 달 만에 2조6천억원 넘게 늘었는데 출 증가액의 100배가 넘는다. 국내 증시의 성공은 경이롭지만, 그 성공이 국민 모두의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문제는 증시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高)를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마찰음이 서민에게는 감내하기 어려울 수준이 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유가 억제 요인을 포함하면 3.7%가 올랐다. 먹거리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두려운 것은 중동전쟁의 여파가 아직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유가,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물가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5대 은행의 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3%를 뚫었는데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대출 금리가 0.25%p 오르면 개인 이자 부담은 3조 2천억 원 늘어난다고 한다.

류영주 기자

주거 시장도 힘들어지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 등의 규제를 했는데, 전세 품귀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피해는 애먼 무주택자들이 보고 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아파트에서 빌라로 밀려나는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44만 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필수 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역시 사상 최고인 96.5%를 기록했다. 벌어서 먹고 사는 데만 써도 남는 게 없는 셈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 원을 넘어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814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반도체를 앞세운 역대급 수출 흑자 행진과 코스피 최고치 경신에 더는 취해 있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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