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주식과 채권 등 종이 증권을 대체해 전자 등록 방식으로 관리되는 증권 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경(京)원'을 돌파했다. 2019년 전자증권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약 7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6년 4월 말 기준으로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돼 관리 중인 증권 자산의 발행 총액이 1경 1065조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 자본시장은 명실상부한 '전자등록자산 1경원 시대'의 막을 열게 됐다.
자산 유형별 세부 현황을 보면,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축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전체 전자등록 자산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업 가치와 시장의 활력을 대변하는 주식으로, 총 6622조 원 규모에 달했다.
이 중 코스피와 코스닥 등 대형 자금이 몰린 상장 주식이 6599조 원을 기록하며 생태계 성장을 전방위로 견인했고, 비상장 주식은 23조 원 수준이었다. 그 뒤를 이어 정부와 기업의 장기 조달 자금줄인 채권이 총 2854조 원 규모로 허리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간접투자 문화를 이끄는 집합투자증권이 1288조 원, 상장지수증권(ETN)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청량제 역할의 파생결합증권이 168조 원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단기 자금을 흡수하는 단기금융 투자상품(단기사채 등)은 133조 원으로 그 뒤를 받쳤다. 자본시장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이들 5대 자산이 전자등록 시스템 아래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마침내 1경 1065조 원이라는 미증유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완성해 낸 셈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1경원 돌파'가 단순한 수치적 성장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증명하는 지표라고 평가한다. 과거 실물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할 때 발생하던 위·변조 위험과 분실 사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전자등록제를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증권제도 안착으로 증권 발행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됐고, 유동성 공급과 거래 안정성 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며 "1경원의 디지털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고도화된 IT 인프라와 보안 체계를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1경원 돌파를 계기로 토큰증권(ST) 등 차세대 디지털 자산 플랫폼과의 연계와 제도적 확장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